[단독]친문, 표결 전 이재명 면전서 ‘십자가 못박힌 예수’ 성경 읽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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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체포안 표결 후폭풍]
“불체포특권 포기 후 영장심사” 등
표결 전 오찬서 쓴소리 쏟아내
“총선 앞 친명-비명 갈등 터져” 분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 도중 눈을 감은 채 손으로 턱을 만지고 있다. 이날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재석 의원 297명 중 과반에 이르지 못해 부결됐지만 가결이 139표로 부결(138표)보다 많았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 도중 눈을 감은 채 손으로 턱을 만지고 있다. 이날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재석 의원 297명 중 과반에 이르지 못해 부결됐지만 가결이 139표로 부결(138표)보다 많았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최소 31표의 당내 이탈표가 쏟아진 것을 두고 “이미 당내 전조 증상이 있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문(친문재인)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 소속 의원들은 표결 전인 지난달 22일 이 대표와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쓴소리’를 대거 쏟아냈다고 한다. 이들은 이 대표에게 “현행 체제로 과연 내년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느냐”는 취지로 질문을 던지며 “검찰의 체포동의안도 과도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돼서도 안 된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당 대표 거취를 고민해 보라는 의견도 있었고,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그냥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라는 조언도 있었다”며 “이에 이 대표는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한 의원은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길게 말하지 않겠다”며 휴대전화를 열고 성경 ‘마태복음 27장’의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부분을 읽었다. 마태복음 27장 33절에 있는 “골고다 즉 해골의 곳이라는 곳에 이르러”라는 구절 등을 읽은 것으로 알려졌다. 골고다는 해골이라는 뜻으로, 성서에서 예수가 처형된 언덕이다. 한 참석자는 “예수는 십자가를 짊어진 후 부활할 수 있었다”며 “기독교 신자인 이 대표에게 본인과 당을 위한 메시지를 넌지시 전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표결 결과를 두고 2021년 대선 경선과 지난해 전당대회를 거치며 누적돼 온 당내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간 해묵은 갈등이 다시 터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특히 일부 친명 원외 인사 및 비례대표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문 및 ‘친이낙연’계 의원들의 지역구를 집중 공략했던 것이 당내 이탈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친명’을 내세운 예비 후보들이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을 등에 업고 민주당 현역 의원 지역구에서 활동하고 다닌 것에 대해 당사자가 아닌 의원들도 부글부글했다”며 “대놓고 ‘곧 (비명) 현역 의원은 날아간다’고 하는데 의원들이 가만히 있겠나”라고 했다. 이 대표도 “당의 단합을 해치고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들이 있다. 내 이름을 팔고 다니지 말라”고 이례적으로 친명 인사들을 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친문#이재명#체포동의안 표결#민주주의 4.0#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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