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재석 297명 중 찬성 139명, 반대 138명, 무효 11명, 기권 9명)됐습니다. 찬성이 반대보다 1표 더 많았지만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을 넘기지 못해 부결된 것입니다. 국민의힘에선 “사실상 정치적으론 가결”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이날 표결 중 무효표 논란으로 개표에만 84분이 걸리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개표 과정에서 ‘우’나 ‘무’ 또는 ‘부’로 읽히는 흘려 쓴 글자가 표기된 용지와, 무엇을 썼는지 알아보기 어려운 글자가 적힌 투표용지가 1장씩 발견되자 이를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가까스로 부결은 됐지만 169석의 단일대오를 자신하던 민주당은 최소31명의 이탈표가 나온 표결 결과에 당혹해 했고 이 대표의 리더십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개딸’(개혁의딸)들도 표결 직후부터 당내 ‘‘범인 찾기’에 돌입했습니다. 이들은 비명계 의원들을 대상으로 문자 테러도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보낸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란 의미의 은어) 인증 제대로 했네요”라는 문자메지시에 한 비명계 의원은 “나는 부결표를 던졌다”고 답장을 보내는 등 밤까지 ‘색출 소동’이 이어졌습니다. 개딸’들은 화살을 지난 대선 경선 때 이 대표와 경쟁한 이낙연 전 대표에게로 돌렸습니다. “대장동 건을 최초로 터뜨려 놓고 이 대표에게 사과도 하지 않고 미국으로 갔다”며 “어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당내 반란표가 나오게 만든 것도 이 전 대표가 꾸몄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수박 깨기’ 집단 행동에 나섰습니다.
당 내홍이 깊어지는 가운데 이 대표는 3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피고인 신분으로 법원에 출석했습니다. 이 대표는 이달에만 3일, 17일, 31일 등 3차례 재판이 예정돼 있습니다.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발언한 것과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백현동 4단계 용도변경은 국토교통부의 요청, 협박 때문이었다” 등의 발언을 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지난해 9월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 구멍난 인사 검증,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낙마가 부른 학폭 논란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청 2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57)가 아들의 학교폭력으로 논란이 불거지자 임명을 취소했습니다. 이 사건은 ‘구멍 난 인사 검증’, ‘학폭’이라는 두개의 소재로 나뉘면서 지난주 주요 이슈로 지속 되었습니다.
먼저 인사검증에 실패한 경찰, 법무부, 대통령실 등 관계부처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1차 검증을 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후보자에게 169개의 질문을 주었는데 이 중 ‘사생활 및 기타’ 항목에 “본인 배우자 또는 직계 존비속이 원·피고 등으로 관계된 민사·행정소송이 있습니까”라고 묻는 문항에 정 변호사는 ‘아니오’라고 기재해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정 변호사가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아 검증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 했지만 해당 내용은 이미 2018년 한 방송에서 보도된 적이 있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정순신 학폭 및 인사 검증 실태 조사단 구성을 검토하겠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인사 검증 기능이 완전히 작동 불능 상태”라며 “대통령실은 본인이 말하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고 했는데, 인터넷 검색 한 번 하면 나오는 것 아니냐.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전학 처분을 받았던 정 변호사의 아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가 100% 반영되는 정시 전형으로 2020년 서울대에 입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학교폭력 가해자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다”, “학생 본분에 어긋난 행동을 한 경우 징계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정 씨를 퇴학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입 정시 모집에 ‘학교폭력(학폭) 처분 기록’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일 밝혔습니다.
이번 낙마 사건으로 인해 윤희근 경찰청장은 다시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경찰 내부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의 취지를 무력화한다’는 반발을 무릅쓰고 윤 청장이 추천한 정순신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직에서 낙마하자 ‘용퇴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윤 청장 취임 이후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연말 총경급 보복 인사 의혹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 올해도 어김없이 찢어진 3.1절, 그안에서 화합 보여준 김구 이승만 후손
20년간 사진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 기자가 ‘1년 중에 가장 바쁜 주?’를 꼽으라면 3.1절이 들어간 주와 8.15광복절이 들어간 주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대통령, 시군 단체등의 각 종 기념식 일정들이 넘쳐나고 진보 보수 집회는 연례행사로 취재 체크 대상이며 그 해 한일관계의 이슈에 맞춰 벌어지는 산발적인 기자회견 집회 행사까지 신경써야 하는 바쁜 주 입니다.
올해 3.1절 주간은 최근들어 가장 바뻤습니다.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했던 3.1절 행사들이 쏟아졌고 대통령 기념사 뒤 야권과 시민단체들의 비판 기자회견까지.., 그와중에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부터 3일 법원 출석도 있었고 세종시 한 아파트에서는 일장기가 계양 되는 소동도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정신없었던 한 주, 올해도 어김없이 좌우로 나누어져 찢어진 3.1절 주간이었지만 화합을 보여준 풍경도 있어 기사를 하나 소개하며 일주일사진정리를 마칩니다. 3월2일자 동아일보 단독으로 나온 기사를 발췌합니다.
“독립을 위한 마음은 하나였잖아요.”(이승만 전 대통령의 며느리 조혜자 여사)
“3·1운동은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한목소리를 낸 작품 아닙니까.”(김구 선생의 손자 김진 전 광복회장 직무대행)
제104주년 3·1절인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104년 전 수천 명이 모여 태극기를 흔들며 ‘조선 독립 만세’를 외쳤던 그곳에서 조혜자 여사(81)와 김진 전 직무대행(74)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맞잡았다. 두 사람이 만난 건 처음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헌신했지만 광복 후 의견 차이로 갈라섰던 정치적 라이벌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구 선생의 후손이 독립운동 정신 계승이란 대의 앞에서 화해와 통합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서울 종로구는 이날 탑골공원에서 ‘104주년 3·1운동 기념식 및 탑골공원 성역화 범국민추진위원회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조 여사와 김 전 직무대행은 범국민추진위 발기인을 맡은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의 초대를 받아 행사에 ‘특별 손님’ 자격으로 참석했다.
상아빛 한복을 차려입은 조 여사는 “시아버님도 김구 선생도 독립을 향한 마음은 똑같았다”며 인사를 건넸다. 검은색 외투를 입은 김 전 직무대행도 “독립운동 정신을 생각하면 후손으로서 이곳에 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행사 내내 제일 앞줄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며 행사를 지켜봤다.
조 여사는 시아버지와 김구 선생의 생전 관계를 회상하며 “김구 선생이 아버님을 ‘형님’이라고 부르며 잘 따르셨다”고 기억했다. 김구 선생 순국(1949년) 이후 태어난 김 전 직무대행은 “할아버지를 직접 뵙진 못했다”면서도 “집안 어른들로부터 조부와 이승만 전 대통령이 광복 후 노선을 달리 했지만 광복 전에는 독립이란 하나의 목표 아래 헌신하셨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정치권과 국민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조 여사는 “종교와 이념을 떠나 뭉쳤던 독립운동의 정신을 되새기면 좋겠다”며 “우리나라도 서로 뭉쳐 분열되지 않고 여러 어려운 상황을 잘 헤쳐 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전 직무대행도 “너무 과격하게 충돌하다 보면 더 큰 길과 목표를 잃을 수 있다”며 “여야도 우리처럼 화합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글=최미송 기자 ·김태우 채널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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