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징용해법 발표]한일 정부 ‘日 일반기업 참여’ 협의중
日정부 ‘기업 자발적 기부’ 반대 안해… 日기업 CEO 개인차원 참여도 검토
韓 “징용배상금, 韓재단이 변제” 발표… 피해자측-민주당 “굴욕적 해법” 비난
한일 우호 증진에 공감하는 일본 대기업들이 한국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지원재단)이 조성하는 재원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리 정부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정부는 6일 일본 기업들이 재단 등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일 정부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과 관련해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피고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이 아닌 일반 일본 기업들의 지원재단 재원 참여 방안을 협의 중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 일반 기업들에 한해 (지원)재단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피고기업의 지원재단 참여는 무산됐지만 일반 기업들의 참여 가능성은 크다는 것이다. 일본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일반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가 개인 차원에서 지원재단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양국 정부는 피고기업의 경우 지원재단 참여 대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 경단련(經團聯)이 공동으로 조성하는 ‘미래청년기금’(가칭)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민간의 자발적 기부 활동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본 교도통신은 하야시 외상의 발언과 관련해 “일본 기업이 피고기업의 배상금을 대신 부담하는 한국 재단에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것을 사실상 용인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외무성 고위 당국자는 “다른 국내외 재단과 마찬가지로 (기부금을) 내고 싶은 기업이 있다면 일본 정부로서는 하지 말라고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이 지원재단에 참여하는 길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일본의 사죄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한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이에 앞서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지원재단이 일본 피고기업을 대신해 배상금을 변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혜택을 입은 포스코 등 한국 기업들이 우선 참여한다. 박 장관은 “한일 관계의 미래 지향적인 발전을 위해 양국 경제계가 자발적으로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일본 정부도 (일본) 민간의 자발적인 기여에는 반대하지 않는 입장인 것으로 이해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강제징용 배상 확정 판결 피해자 지원단체와 대리인단은 “일본의 사과도,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의 그 어떤 재정적 부담도 없는 굴욕적인 해법”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논평에서 “친일 정권의 본질을 보여준 최악의 굴종 외교”라고 했다.
‘日피고기업 이달중 미래기금 참여’ 조율… 무산땐 ‘한일 역풍’
징용해법 공식발표
징용배상, 피고기업 빠져 반쪽 논란 미래기금 참여가 관계 개선 변수로 정부 “日에 구상권 안쓸것” 논란 여지
한일 정부는 이달 중순으로 조율 중인 한일 정상회담 즈음 일본 피고 기업이 한일 재계가 조성한 미래청년기금 참여를 공식화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인 것으로 6일 확인됐다.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는 한일 정부 간 강제징용 피해자 해법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다. 피고 기업이 기금 참여를 발표하는 성의를 보여야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과 한일 정상회담 분위기가 무르익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한일 간 후속 협의가 삐걱거려 피고 기업의 기금 참여가 늦어지거나 무산될 경우 한국 정부가 “한일관계를 위한 결단”이라며 해법을 발표한 취지가 퇴색되고 피고 기업으로부터 최소한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반쪽짜리 해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래청년기금은 일본 정부와 피고 기업이 지원재단을 통한 배상금 변제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마련된 대안이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에 대해 미쓰비시중공업은 6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당사 입장이며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본제철은 “한국 정부의 국내 조치에 언급할 입장이 아니고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적절히 대응하겠다”라고만 했다.
당장 정부가 6일 피고 기업 참여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정부 산하 지원재단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변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반쪽 해법’이란 비판이 큰 상황이다. 정부는 피고 기업이 지원재단을 통한 배상금 변제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기금 참여가 이뤄져야 이런 논란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전경련은 이날 오후 “경단련과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양국 정부 간 합의를 계기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 방안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금에 관한 논의도 포함해 모든 방안을 제로(0) 베이스에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후 피고 기업들이 윤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기금 참여를 공식화하는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피고 기업의 기금 참여가 공식화되진 않은 만큼 변수는 있다. 일본 정부가 국내 정치적인 이유 등을 들어 기금 참여를 무산시키거나 참여 시점을 무작정 미루면 한국 정부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금이 출범하더라도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 경우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현재 전경련에는 4대 그룹이 탈퇴한 상태다. 주요 기업들이 빠진 채 기금이 운용되면 피고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히더라도 그 실효성에 의문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혀 피고 기업 면책과 관련한 불씨도 남겼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구상권 행사에 대해 상정하지 않고 있다”며 “구상권의 민법상 소멸시효는 10년”이라고 말했다. 지원재단이 대신 피해자들에게 변제한 뒤 피고 기업들에 청구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