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정치 인생 중 가장 힘든 6개월” 구원 등판 마친 정진석 비대위원장[정치 인&아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7일 08시 06분


당내 최다선-비대위원장으로 집권 여당 내홍 수습
“높은 전대 투표율, 당원 100% 투표로 자부심 생겼기 때문”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News1


“정치인생이 20여 년 됐는데, 지난 6개월이 제일 힘들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끝으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내려놓는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그간의 소회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9월, 대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내홍으로 난파 직전 상태였던 당을 안정화시키는 게 쉽지 않았다는 자평(自評)이다. 8일 개표 결과에 따라 당 대표 경선 결선투표가 열릴 가능성도 있지만 정 위원장은 “당 대표는 안 뽑혀도 (최고위원 선출로) 최고위원회 구성은 된다”며 비대위는 막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 “당 안정화 및 결집 이뤘다”

6일 국회 본관 비대위원장실에서 만난 정 위원장은 처음 비대위를 맡았던 상황에 대해 “직을 수락하면서 내게 부여된 임무는 두 가지라고 느꼈다. 당을 안정화시키는 것과 다음 지도부가 총선 채비를 할 수 있게 당을 결집시키는 것이었는데 어느 정도 된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7월 ‘이준석 사태’ 이후 당초 비대위원장은 주호영 원내대표였다. 그러나 법원의 결정으로 인해 ‘주호영 비대위’가 좌초된 초유의 상황에서 정 위원장이 나섰다. 당내 최다선(5선)으로 여당 몫 국회부의장을 맡았던 그는 처음엔 “비대위원장과 부의장 겸직을 할 수 없다”며 고사했다. 하지만 권성동 의원 등의 삼고초려 끝에 결국 수락했다. 당시 정 위원장은 끊었던 담배까지 피울 정도로 고심을 거듭했다.

당의 선장이 된 그는 곧바로 현장으로 향했다. 지난해 10월 13일 대구·경북 현장 비대위를 시작으로 전국 권역별 현장 비대위를 진행하며 당의 혼란을 수습했다.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직후인 30일에는 예정에 없던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한 비대위원은 “30일 새벽에 정 위원장이 다른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긴급하게 회의 소집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정무수석, 집권 여당 원내대표 등 오랜 정치 경험을 토대로 집권 여당의 지도부가 해야 할 일을 곧바로 챙겼다는 의미다.

지난해 9월 8일 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된 직후 서울 여의고 국회 본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정진석 위원장의 모습. 뉴시스


● “당원의 자부심이 높은 투표율로”

전당대회 당원 투표 종료를 앞둔 시점에서 여권에서는 “이렇게 투표율이 높을 줄 몰랐다”는 반응이 나온다. 6일까지 투표율이 53.12%를 기록하며 투표 종료 전 이미 역대 전당대회 투표율 최고치를 기록할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전당대회를 100% 당원 투표로 치르도록 당헌을 개정한 이후 당원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이 생겼고 그것이 결국 지금의 높은 투표율로 반영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간 각 정당의 전당대회 때마다 개최 시점 및 규칙을 둘러싸고 파열음이 일었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논란 속에 정 위원장은 전당대회 개최 시점을 3월 초로 확정하고, ‘당원 70%+일반국민 여론조사 30%’였던 규칙을 “책임당원 80만 시대”를 명분으로 ‘당원 100%’로 바꿨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 후보 간 결선투표가 열리는 것도 처음으로 도입했다. 정 위원장은 “처음엔 비판도 있었지만, 결국 우리는 결속하고 단결해서 전진하는 일만 남았다”라며 “분열은 우리의 언어가 아니고 민주당의 언어가 됐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정 위원장의 주장과 달리 여권 일각에서는 당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 전당대회 과정에서 친윤(친윤석열) 진영과 비윤(비윤석열) 진영이 극심한 인식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 여권 인사는 “처음으로 도입된 결선투표가 만약 성사된다면 예측불허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며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조금이라도 반영됐다면 친윤 진영도 자중했을 거라는 반론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 “당분간 지역에만 전념할 것”

8일 이후로 당직을 내려놓는 그는 당분간 지역구(충남 공주-부여-청양)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전당대회 등 첨예한 현안이 불거질 때 극심한 중압감으로 간혹 찾았던 담배도 다시 끊었다. 그는 “(비대위원장으로 일하며) 지역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으니 지역민들과 만나는 기회를 자주 만들려고 한다”라고 했다. 22대 총선을 치르는 차기 지도부를 향해서는 “첫째도 둘째도 결속이 중요하다.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정 위원장이 내년 총선 국면을 앞두고 가장 민감한 공천을 총괄하는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그는 “제안이 온다 하더라도 거절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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