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당선 1년]
與, 집권 첫해 당권싸움에 소진… 친윤 세력들 정책 입법엔 무기력
野, 강성지지층 입김에 언로 막혀 검수완박 이어 양곡법 등 폭주
‘실종된 집권 여당, 폭주하는 제1야당.’
역대 대선 사상 최소 격차인 0.73%포인트로 승패가 엇갈린 지난해 3·9 대통령 선거 후 1년이 지난 대한민국 정치의 현 모습이다.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할 국민의힘은 의석 수 부족이란 한계에 더해 내부 투쟁에만 골몰하는 모습을 보이며 입법 능력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선에서 패한 더불어민주당은 169석의 힘을 믿고 여야 합의도 되지 않은 법들을 밀어붙이는 폭주를 거듭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와중에 여야는 강성 지지층만을 바라보고 이견과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배척의 정치’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지난 1년 동안 지지율 30%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 “與, 입법 투쟁 아닌 당권 투쟁에 골몰”
국민의힘은 여권의 힘이 가장 강력한 집권 첫해를 내분으로 흘려보냈다. 지난해 7월 이준석 당시 대표가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징계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고, 뒤이은 비상대책위원회도 순항하지 못했다. 당 지도부가 삐걱거리는 사이 여당의 힘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게 쏠렸다. 한 여당 의원은 “대통령실과 여당 간에 원활한 소통이 안 되니 의원들도 현안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며 “친윤(친윤석열) 핵심들의 반응을 보고 ‘저게 용산 뜻이구나’ 짐작하며 따라갔다”고 했다.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친윤 세력의 위력은 정작 입법에선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여당 관계자는 “대통령과 정권을 위한다면 각 상임위원회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여론전이라도 벌였어야 했는데 당내 싸움만 열심히 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정부 조직 개편안은 정부 출범 9개월여 만인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고, 윤 대통령이 재개정을 지시한 ‘K칩스법’(반도체산업강화법)은 국회 표류가 장기화되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의석수 부족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국정 과제를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면 야당이 원하는 걸 내주면서라도 처리했어야 했다”고 전했다. 여당의 이런 ‘입법 무능력’은 1년 동안 원내대표가 두 차례 바뀌는 등 일관된 원내 리더십이 없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여당 내에서도 나온다.
● “野, 당내 언로 막히고 강경파 목소리만”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민주당은 대선 패배의 원인을 복기하는 대신에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만 답하는 길을 택했다. 3·9대선 직후인 지난해 4월부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시동을 걸었다. ‘위장 탈당’이라는 초유의 꼼수까지 동원한 끝에 민주당은 검수완박 입법을 끝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집권 여당으로서의 피날레를 정치개혁이나 정당혁신 입법으로 했다면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을 것”이라며 “특히 국민의힘과의 협상 과정에서 쌓인 앙금은 이후 여야 논의에서 계속 악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대선 패배 5개월여 만에 원내 제1당의 대표가 된 이재명 대표도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탰다. 이 대표의 ‘1호 법안’으로 불리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여당의 극렬한 반발 속에 민주당 단독으로 상임위를 통과했다. 또 민생을 명분으로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 방송법 개정안 등을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여야 간극은 더 벌어졌다.
여기에 내부적으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논쟁 과정에서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대표되는 강경 지지층의 영향력이 커졌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의원들이 ‘개딸’을 의식하면서 당의 언로가 막히기 시작했다”며 “중도층을 염두에 둔 목소리는 사라지고 여권과의 대결만 부추기는 강경 메시지만 남았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