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지난해 초 미수금 급증을 이유로 “주주 배당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지만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2341억 원의 배당금 지급을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상반기 가스요금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가스공사의 재정상태 악화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배당금 지급에 나선 것.
14일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실이 가스공사로부터 제출 받은 ‘2022년 정부출자기관 배당성향 산정 기초자료’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해 1월 기획재정부에 주주 배당성향(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정부 배당정책 기준인 40%의 절반 이하인 19.6%로 하향 조정 의견을 개진했다. 배당을 줄이는 이유에 대해 가스공사는 미수금이 2021년 말 기준 1조8000억 원으로 증가했고, 부채비율이 379%로 늘어난 점을 꼽으며 “공사의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될 전망”이라고 했다.
하지만 가스공사의 의견에도 정부는 지난해 2월 기재부 배당협의체 논의에 따라 39.38%의 배당성향을 확정했다. 가스공사는 주주들에게 2341억3600만 원의 배당금을 지급했고 1, 2대 주주인 기재부 등 정부와 한국전력은 각각 658억, 515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미수금은 가스 수입 금액보다 판매 요금이 낮아 생긴 손실이다. 사실상 적자지만 가스공사는 ‘앞으로 받을 수 있는 돈’으로 분류해 재무제표상 자산으로 잡고 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지난해 말 기준 8조6000억 원으로 늘었고, 올해 1분기(1~3월)에는 12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미수금이 급증하자 가스공사는 지난해 회계상 흑자인데도 올해 2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무배당을 결정했다.
정부출자기관에 대한 배당협의체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 배당협의체는 정부 지침에 따라 외부전문가가 반드시 참여하게 돼 있다. 하지만 기재부가 이종배 의원실에 제출한 ‘정부배당협의체 구성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재부 배당협의체에는 민간전문가 명목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참여했다. 여권 관계자는 “두 기관 모두 국무총리실 산하기관으로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만큼 정부 배당협의체가 사실상 정부 인사로만 구성돼 있는 셈”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급증하는 와중에도 재정 악화를 무시한 채 셀프 배당금 잔치를 벌인 꼴”이라며 “정부의 ‘셀프 배당’과 관련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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