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7일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 시 당직을 정지하는 내용의 당헌 80조를 삭제하자는 당 일각의 주장이 나온 뒤 논란이 되자 “논의할 계획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내홍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갈등의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당헌 80조 개정을 논의하거나 검토할 계획이 없다”며 “(당헌 개정에 대한) 장경태 정치혁신위원장의 발언은 혁신위에 취합된 다양한 제안을 소개한 것에 불과하며 그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당헌 80조 삭제 검토의 불을 지폈던 장경태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혁신위 내에서) 검찰의 야당 탄압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당헌 80조 삭제 제안도 있었다”면서도 “혁신위는 어떠한 검토나 논의도 하지 않았으며 이후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당헌 80조 개정을 논의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했다.
당헌 80조를 둘러싼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 진영의 갈등은 지난해 전당대회부터 시작됐다. 당시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더라도 정치 보복 등으로 인정될 경우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당직 정지를 취소할 수 있다는 개정 조항을 두고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
그러나 지난달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당 지도부 예상보다 훨씬 많은 가결 및 기권표가 나온 이후 정치혁신위 일각에서 당헌 80조의 삭제 여부가 거론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다시 쟁점이 됐다. “이 대표 수사는 정적 제거를 위한 야당 탄압이기 때문에 당헌 80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당 지도부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만약 이 대표가 기소될 경우 당헌 적용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당 지도부가 당헌 80조를 건드리지 않기로 쐐기를 박았지만 비명 진영은 여전히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지금 당 지도부가 신뢰의 위기인데 혁신위가 당내 통합과 관련 없는 일로 말을 바꾼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혁신위부터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한 것은 최근 이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이 당의 통합을 위한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전날(17일) 의원총회에서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며 통합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비명 진영 의원들과의 소통을 늘려가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낳을 수 있는 당헌 삭제 논란을 차단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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