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WP)가 주 최대 69시간 등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한국 ‘MZ세대’의 반발을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WP는 17일(현지시간) ‘한국 정부는 69시간제를 원한다. 청년층은 용납하지 않는다’ 제목의 기사에서 “청년층이 목소리를 높여 반발한 후에 한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69시간제 도입 계획을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WP는 이어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전날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보완을 지시했다고 발표한 것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의 보완 지시에 따라 1주일 최대 근로시간을 현재의 52시간보다 많은 50시간 중후반대로 늘리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안 수석은 “정부는 추후 MZ 근로자, 노조 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현장 다양한 의견에 대해 보다 세심히 귀 기울이며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재검토는 20~30대 ‘MZ세대’ 근로자들의 강한 반발 때문이었다는 게 WP의 시각이다.
실제 한국 갤럽에 따르면 정부가 주 69시간제 도입을 발표한 뒤 지난 10일 나온 여론조사에서 20~30대의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각각 66%, 79%로 상승했다고 WP는 설명했다.
일주일 전인 지난 3일 발표됐던 조사에선 부정평가가 각각 57%와 62%였다. 같은 기간 다른 연령대에서 부정 평가 비율은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했다.
WP는 한국은 고용주가 근로자들에게 추가 휴가나 임금을 보상하는 한,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을 기본으로 초과근로 12시간으로 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WP가 만난 20~30대 근로자들은 실제로는 초과근무에 대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WP는 “20~30대 근로자들은 고용주들이 (일과시간을 넘긴) 저녁에 집에서 잔업을 하도록 그들을 유도하고, 어떤 경우엔 연장 근무에 대한 법적 조사를 피하기 위해 (고용주들은) 근로자들의 비효율성을 비난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30세 임모 씨는 일반적인 근무일은 오전 9시부터 시작해 오후 10시에 끝나며, 바쁜 주에는 최대 70시간을 일하지만, 52시간을 넘는 초과 근로에 대해선 추가 보상은 없다고 WP는 전했다.
의학분야 연구원인 대니얼 김(35)은 8개월 동안 오후 10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는 경험을 갖고 있다. 그의 회사 내에선 주 80시간 근무는 흔한 일이며,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는 그의 부인도 집에서 잔업을 마무리했다고 WP는 소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1915시간인 반면 미국은 1791시간이다. OECD 평균은 1716이다. 한때 장시간 노동의 대표국으로 꼽혔던 일본의 지난해 평균 노동시간은 1607시간이다.
일본의 한 교수는 WP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근로시간이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이정선 고려대 교수는 일거리가 많아지면 한국의 고용주들은 더 많은 사람들을 고용해야 하지만, 기업들은 재정적 여력이 없거나 기존 직원들에게 공백을 메워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거의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시간 근로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인 저출산 문제와도 연결된다고 WP는 지적했다.
레이 쿠퍼 시드니대 교수는 “장시간 노동은 일과 육아의 충돌로 이어져 저출산과 직결된다”면서 “한국은 노동시간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이는 축하받을 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