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에 이재명 대표 외에 대안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주장에 대해 비명(비이재명)계가 발끈하며 반박했다. 박 전 원장은 1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10일 문 전 대통령과 만난 사실을 밝히며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총단합해서 잘해야 되는데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 이 대표 외에 대안도 없으면서 자꾸 무슨’ 정도의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비명계인 박용진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17일 경남 양산 사저에서 문 전 대통령을 만나 뵈었다”며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이 조금 달라지고, 뭔가 결단하고 그걸 중심으로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기만 해도 내년 총선에서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고 썼다. 민주당의 ‘변화’와 ‘결단’을 주문했다는 점에 방점을 찍은 것.
그는 이날 오후에도 추가로 글을 올려 “(문 전 대통령이) 당내 민주주의의 회복, 건강한 토론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고 썼다. 그는 ‘정치인이 증오의 씨앗을 뿌리면 갈수록 증폭돼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정말 굉장하게 돼 버린다’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도 전하며 “(문 전 대통령이) 당내 좌표 찍기, 문자 폭탄, 증오와 혐오의 언어들이 난무하고 보수, 진보 진영 간의 갈등이 나라를 분열시키는 상황에 대해 걱정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 ‘개딸’들의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문자 테러 등을 직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원장의 발언이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비명계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17일 저녁 CBS 라디오에서 “우리가 문 전 대통령 ‘꼬붕(부하)’인가, 문 전 대통령이 지시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느냐”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이) 그 이야기를 설사 했어도 대외적으로 얘기할 성질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의 말을 막 이야기하면 되느냐”고 박 전 원장을 비판했다.
이 의원의 발언 이튿날 민주당 청원게시판엔 이 의원의 제명을 요청하는 청원이 등장해 500명가량이 동의하기도 했다. 청원 글을 올린 당원은 이 의원의 문 전 대통령 관련 발언을 문제 삼으며 “지속적으로 분란을 조장해 민주당 지지율을 떨어지게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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