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이후] ‘한일 비즈니스 테이블’ 후 3인 좌담회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 “韓日, 반도체 공급망 등 같은 고민”
김기문 中企중앙회 회장 “끊어진 중소기업계 협력 복원할 것”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협력으로 우리가 얻을 기회 훨씬 커”
“경제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의 협력 강화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습니다. 힘을 합쳐서 해야 할 게 많은데 너무 오랫동안 협력을 못해 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방일에 맞춰 17일 일본 도쿄에서 일본 경단련 및 경제계 관계자들과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을 연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이 말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김 회장 직무대행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좌담회에서 한일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직후 경단련 회관에서 마주한 3인은 “마음 놓고 교류하고 혁신적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한일 양국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려는 기업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도쿠라 마사카즈(十倉雅和) 경단련 회장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을 향한 길을 확고하게 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 대통령의 방일이 경제계에 미칠 영향은….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어두운 터널을 지나 만난 가뭄의 단비다. 한국을 둘러싼 경제 환경이 좋지 않다. 자원 무기화, 탄소 중립, 반도체 공급망 재편 등에서 한국과 일본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환율, 물가, 금리 무엇 하나 우리 뜻대로 손대기 어렵지만 산업정책은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
―한일 양국이 경제안보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했는데….
△최 회장=“금속 성형가공기계와 합금철을 다루는 회사 대표로서 수년간 ‘탈(脫)일본’ ‘소재·부품·장비 독립’ 같은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현장을 잘 모른다’는 느낌이었다. 그간 몇 가지 성과는 있었지만 비용과 효과 측면에서 지속가능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산업 현장에서 일본과의 격차가 가장 큰 부분이 장비와 소재다. 물론 한국이 계속해서 경쟁력을 키워가야겠지만 일본과 거래를 끊고 ‘우리끼리 잘해 보자’는 옳지 않다. 협력으로 우리 기업이 얻을 기회가 훨씬 크다.”
―한국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에 대해 저자세라는 지적도 있다.
△김기문 회장=“기업인은 전쟁통에도 장사하는 사람들이다. 정치 논리에 의해 경제가 타격을 받았다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었고, 이것이 풀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번에 일본에서 만난 중소기업인들이 한결같이 ‘이제 한국과 사업하기 편해졌다’고 말한다. 중소기업계 협동조합이 한국에 900개 정도 있는데 일본은 3만5000개다. 끊긴 중소기업계 협력을 복원할 것이다.”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호응이 부족하다는 국민 여론이 크다.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발표한 날 영화 ‘남한산성’을 다시 봤다. 명대사가 나온다. 김상헌이 ‘오랑캐에게 굴복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하자 최명길은 ‘김상헌의 말은 지극히 의롭지만, 말은 말일 뿐이다. 그 속에 우리 삶의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백 번 양보해서 일부의 대일 감정을 의롭다고 본다 해도 그 속에 우리 미래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한일 양국에 호감을 느끼는 젊은 세대에게 미래 희망을 찾는다.”
―‘일본의 완승’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어떤 생각이 드나.
△최 회장=“경제와 문화에 이기고 진다는 개념이 있을까. 1965년 국교 정상화 때 굴욕 협상이라고 했는데 제철소를 세워 오늘날 포스코 같은 세계적 기업을 일굴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당시 (한국 대중문화가) 일본 대중문화에 종속될 것이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한국 문화가 일본에 뿌리내렸다. 한일 관계 정상화는 한국이 세계 중심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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