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관계 정상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외교가에선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둘러싼 논란 등 때문에 그동안 경색돼왔던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단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여전히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이번 회담에서도 일본 측의 추가적인 ‘호응’ 조치가 없었단 이유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추후 기시다 총리의 답방 과정에선 일본 측이 강제동원 문제 등과 관련해 좀 더 전향적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단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부터 이틀 간 일본 도쿄를 방문, 기시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임했다. 우리 정상이 양자 차원에 일본을 방문한 건 2021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었다. 한일 정상들은 이번 회담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일본발(發) 수출규제 해제 △셔틀외교 재개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2018년 우리 대법원 판결 이후 양국관계를 악화일로로 몰고 갔던 강제동원 문제를 비롯한 일련의 한일 간 과거사 현안 문제와 관련해선 사실상 ‘가시적 진전이 없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달 6일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하면서 “물컵의 물이 절반 이상 찼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 뒤 공동 회견에서 “1998년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小淵) 선언)을 포함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만 밝혔을 뿐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과’ ‘반성’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한일관계 복원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양국 간 후속협의를 통해 일본 측으로부터도 ‘진전된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본 내 정치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우리 측의 기대만큼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제시된다.
기시다 총리와 일본 집권 자민당은 당장 내달 통일지방선거와 중의원(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어 국내적으로 보수 지지층의 여론 동향을 의식할 수밖에 없단 이유에서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현재로선 사실상 일본 측이 (우리의 강제동원 해법 제시 등과 관련해) 특별히 한 게 없다”며 앞으로 추가적인 호응 조치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최 위원은 기시다 총리의 추후 방한과 관련해선 “그땐 (양국 정상이) 만나는 것만으론 의의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성과가 나와야 한다”며 “기시다 총리의 방한시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도 말했다. 최 위원은 “기시다 총리가 방한 때 어떤 얘길 할진 모르겠지만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마음의 위로는 해야 한다고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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