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일 공개한 탄도미사일의 발사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특이점은 발사 방식이다. 북한은 원통형으로 생긴 지하발사대 ‘사일로’(Silo)를 개발해 이번 발사에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전날 발사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 마치 숲 속에서 솟구쳐 나오듯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은 주로 이동식발사대(TEL)를 활용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TEL의 모습까지 같이 공개하곤 했는데, 이날 공개된 사진에서는 발사대의 모습을 확인할 수가 없다.
전문가들은 화염과 연기가 ‘V’자로 솟구치는 모습에 주목했다. 통상적으로 미사일이 TEL에 실려 평지에서 발사될 경우 화염과 연기가 양 옆으로 퍼져나가듯 흩어지는데 비해, 사일로를 활용할 경우 좁은 공간에서 화염과 연기가 바닥을 치고 위로 솟구치기 때문에 이같은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북한은 이날 발사대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내놓지 않았지만, 외국의 위성사진 전문가들을 통해 북한의 장거리로켓 전초기지이자 전날 미사일이 발사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인근에 사일로 추정 시설이 설치된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
사일로의 경우 주로 지하에 설치해 지표상으로 돌출된 시설물이 없이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점이 확인될 경우에는 타격이 가능하지만, 원점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은폐성이 어느 정도 확보될 수 있다. 또 사일로 발사대는 고체연료를 활용할 수 있는 엔진이 있다면 미사일을 ‘장전’ 상태로 장기간 유지할 수 있어 빠른 공격에도 이점이 있다.
다만 북한이 실제 고성능 사일로를 개발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미사일이나 인력의 이동 과정에서 한미의 촘촘한 감시자산에 노출을 피하기 어려워 북한의 입장에서는 실익이 크기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높은 곳에 구덩이를 판 뒤 이를 가려 사일로의 ‘효과’만 노리는 발사장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번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간부들과 딸 ‘주애’를 데리고 산비탈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공개한 것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황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 지난해 이미 ‘지하발사장’이라는 이름으로 사일로 형식 발사대 건설을 시사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18일‘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최종 시험발사’를 진행한 뒤 화성-17형의 개발 성공을 대대적으로 경축하는 등 내부 결속의 요인으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11월27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국방과학원 미사일부문 과학자, 기술자, 노동자, 일꾼들의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충성과 신념의 맹세’ 결의편지에는 김 총비서가 5년 전(2017년 11월) ‘화성-15형’ 무기체계개발을 ‘대성공’으로 이끈 뒤 “연이어 ‘화성포-17형’(화성-17형)의 종자와 개발 방향을 밝혀주시고 미사일의 외형과 발동기 선정문제, 발사대차(TEL)의 자행화문제와 지하발사장 준비문제, 미사일의 도장방안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세심히 가르쳐주시였다”라고 적혀 있다.
여기서 언급된 ‘지하발사장’이 곧 사일로 형식의 발사대를 언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결국 2017년 11월 ‘화성-15형’의 발사 성공과 함께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하자마자 김 총비서의 교시로 곧바로 ‘화성-17형’과 사일로 형식의 발사장 구축을 계획했다는 것이 된다.
물론 북한이 최근에서야 사일로 형식의 발사대를 개발했을 가능성도 있다. 위성사진 분석으로는 이번에 공개된 미사일 발사 추정 지점에 어떤 ‘건설’이 시작된 시점이 불과 1~2달 전이라는 지적도 있다.
다만 북한의 미사일부문 당국자들이 지하발사장 건설을 김 총비서의 교시로 소개한 점으로 봤을 때, 북한은 이미 미사일부대가 배치된 각지에 전날 발사된 SRBM용 사일로 형식의 발사대를 건설 중일 가능성도 있다. 또 ‘충성의 편지’에서 언급된 것과 같이 ICBM용 사일로 발사대도 이미 건설 중이거나 건설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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