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300명 유지 전제로 3개 개정안 내놔
22일 정개특위서 전원위 올릴 예정
김진표 “소선거구제 시 의원정수 310명으로”
여야가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유지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 전원위원회에 올리기로 21일 합의했다. 의원 정수를 300명에서 350명으로 늘리는 조건의 선거법 개정안 후보들에 대한 국민 반발이 커지자 부랴부랴 진화에 나선 것. 해당 안들을 냈던 김진표 국회의장도 “절대 50석을 늘리는 걸 당연시하고 그렇게 몰고 갈 생각이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김 의장은 내년 총선에서 소선거구제를 유지한다면 의원정수를 현재 300석에서 310석으로 늘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與 ‘중대선거구제’ VS 野 ‘연동형 비례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간사들은 21일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는 걸 전제조건으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 후보를 서로 주고받았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정개특위 소위 3개 결의안 중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안을 중심으로 한 안을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해보자고 민주당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는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에선 선거구 여럿을 하나로 통합해 선거구당 3~10명을 뽑고 농·어·산촌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여당이 정개특위 정치관계법개선소위가 17일 의결한 ‘김진표 3개안’ 중 유일하게 의원정수 유지를 전제조건으로 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당 차원의 개정안으로 내세우자 야당도 화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간사는 의원 정수 300명을 유지하는 조건을 담아 ‘소선거구제-권역별 연동형 비례제(A안)’와 ‘대선거구제-병립형 비례제(B안)’ 등 2개안을 야당안으로 제시했다. A안에선 지역구 투표와 비례 의석 수를 완전히 연동시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B안에선 대도시에 한해 선거구당 3명 이상을 뽑는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를 넘어 전국에서 선거구당 6명 이상을 뽑는 대선거구제 도입이 핵심이다.
여야는 22일 정개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여당안 1개와 야당안 2개를 합친 3개안을 결의안 형태로 국회 전원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이로서 당초 정개특위 소위에서 ‘의원 정수 350명으로 확대’를 전제로 한 2개 개정안은 공식 안건에서 빠지게 됐다. 이어 23일 본회의에서 전원위 구성이 의결되면 27일 전원위 토론에서 해당 3개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다만 해당 3개안은 구속력이 없는 결의안 형태로, 전원위에서는 다른 안들도 함께 논의될 수 있다.
이에 앞서 여당은 김 의장을 만나 “전원위에서 안건을 표결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을 방침이다. 정개특위 소속 여당 의원은 “자칫 전원위에서 특정 선거안을 표결에 부쳐 여야 합의 없이 선거법을 강행 처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선거법은 여야 합의가 대원칙인 만큼 사전에 김 의장에게 확약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金 “소선거구제면 의원 정수 310석 해야”
김 의장은 이날 2020년 총선에 도입돼 ‘꼼수 위성정당’을 유발했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정치 불신이 극대화된 핵심 원인으로 꼽으며 폐기를 주장했다. 김 의장은 21일 국회에서 선거제 개편방안 정책설명회를 열고 “어느 쪽도 예측 못 한 괴물 위성정당이 출현하다 보니 정치불신이 극대화됐다”며 “만약 이 제도를 또 해서 위성정당을 만들어낸다면 많은 국민들이 국회를 해산하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또한 자신이 지난달 22일 국회 정개특위에 제시한 선거법 개정안 3개안 중 2개안에 ‘의원 정수 350석으로 확대’ 조항이 담겨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 “오해”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김 의장은 “지역구 의석을 최대한 줄여보는 시도를 해보고 안 될 경우에 최대 50석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반영한 건데 오해가 빚어진 것 같다”며 “절대 어느 정당도 어느 국회의원도 50석을 늘리는 걸 당연시하고 그렇게 몰고 갈 생각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 의장은 내년 총선에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한다면 의원 정수를 유지한 채 지역구 의석을 20~25석 줄여 자연스레 비례 의석으로 전환해 권역별 비례제를 시행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전국을 6개 권역별로 나눠 각각 비례대표를 뽑아 지역 대표성을 높이려는 권역별 비례제의 취지를 살리려면 비례 의석을 현행 47석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게 김 의장 구상이다. 김 의장은 “도농복합형에선 지역구 20~25석 정도는 표 안 나게 줄일 수 있다”며 “현재 비례 의석 47석에 (지역구에서 줄인) 23석만 보태지면 (비례 의석이) 70석 정도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반면 내년에도 소선거구제를 유지한다면 의원정수를 현재 300석에서 310석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실적으로 소선거구제에선 지역구 의석을 크게 줄이기 어려운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김 의장은 “소선거구제에서도 여야가 합의하면 지역구에서 10석 정도는 줄일 수 있다”며 “만약 국회의원 세비를 4년간 동결하고 비례 좀 제대로 운영되게 10석만 늘어나게 해달라고 호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구 의석 10여석을 줄이고 의원정수를 10석 더 늘려 총 20여석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돌리되 의원 세비는 300명분으로 동결하자는 주장이다.
김 의장은 27일부터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를 열어 일주일 가량 토론한 뒤 다음달 중 수정안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의장은 “전원위를 일주일 정도 해보면 큰 흐름이 정해질 것”이라며 “그 흐름을 따라 각 당 지도부와 조정해가면서 합의할 수 있는 수정안을 만드는 작업을 4월 한 달 한다면 충분히 도출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여야 안팎에서는 “상호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린 선거법 개정안을 일주일 정도의 토론으로 바로 결론 내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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