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유동성 위기로 예금자 보호 필요성이 높아지자 여야가 한목소리로 예금자 보호 한도를 높이겠다고 나섰다. 여야가 국민 불안을 줄이고 민생 챙기기 경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현재 5000만원인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대폭 상향하고 대출금리 부담을 보다 완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같은 비상상황 발생할 경우에는 예금 전액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도 적극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21일) “예금자 보호도 현행 5000만원인데 1억원까지 늘리고, 여러 가지 필요에 따라서 미국처럼 전체 예금자를 보호할 수 있는 예금자 보호 정책을 곧 입법 발의해서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관련 입법을 예고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역시 전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SVB 사태로 미국 정부가 보호 한도와 관계없이 예금 전액을 보증해주기로 했다”며 “이와 같은 사태는 우리나라의 예금자 보호 한도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됐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 의장은 이 대표와 같이 구체적 보호 한도 규모를 제시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예금자 보호 한도의 경우 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성 의장이 예금자 보호 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예금보호 한도가 1억원 이상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앞서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 10명은 지난 20일 ‘예금자 보호를 위한 보험금 지급 한도를 1억원 이상’으로 하는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금융당국은 예금보호 한도를 포함해 예금보호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책을 오는 8월 말 내놓을 예정이다. 여야 모두 예금보호 한도 상향을 주장하고 있어 제도개선안 마련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예금보험금은 1인당 GDP, 보호예금 규모 등을 고려해 시행령을 통해 정한다. 주요국을 살펴보면 미국은 25만달러(약 3억2600만원), 독일은 10만유로(약 1억4000만원), 일본은 1000만엔(9697만원)까지 소비자의 자금을 보호해준다.
경제 수준을 고려해도 국내의 보호금 규모인 현행 5000만원은 낮은 편이란 지적이다. 디지털 금융 시대에 SVB 파산사태와 같은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도 상향 등을 법률화하는 데 대한 신중론도 감지된다. 예금 보호 한도가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있어, 현행 제도로도 비상상황 시 정부가 행정입법을 통해 한도를 제한 없이 풀 수 있는 제도적 근거는 마련돼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기관이 지급불능 상태가 되면 예금보험공사가 금융기관을 대신해 돈을 내주는 구조로, 금융기관은 평소 공사에 예금 보험료를 지급하는데 보호 한도가 상향되면 보험료가 올라 금융기관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부보 예금(예금보험제도 적용을 받는 예금) 가운데 5000만원 이하 예금자 수 비율은 전체의 98.1%로 조사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