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39화입니다.
최근 법원은 대장동 관련 재판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22일 검찰이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법원에 넘겨진 대장동 의혹 유관 재판은 총 12건이 됐습니다.
서울고등법원과 수원지방법원에 걸려있는 사건 각 1건씩을 제외하면 10건의 사건 재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립니다. 이 대표를 포함해 기소된 피고인만 총 15명. 다퉈야 할 혐의는 많은데 김만배, 유동규 등 핵심 피고인들이 중복 기소돼 있어 재판 기일과 증인신문 일정 등이 겹치곤 합니다. 또 현직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의 재판 일수를 늘리거나 시간을 조율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재판부의 고민이 깊습니다.
<대장동 관련 형사 사건 목록>
혐의
담당 재판부
대장동 배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대장동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김용 불법정치자금 위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정진상 428억 뇌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김만배 대장동 수익 은닉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만배 금고지기’ 불법수익 340억 은닉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곽상도 50억 뇌물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
최윤길 ‘화천대유 40억 성과급’ 뇌물
수원지방법원 형사11부
위례신도시 개발비리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유동규 휴대전화 증거인멸
서울중앙지법 형사8-1부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
이재명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
● 잠시 멈춘 본류 ‘대장동 일당’ 배임 재판…속도 내는 ‘김용 정치자금법 위반’ 재판
2월 말 법원 정기인사 발표 이후 대장동 재판을 진행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이준철 부장판사를 제외한 배석 판사들이 모두 교체됐습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판결 선고만을 남긴 경우를 제외하고 재판부 판사가 바뀔 경우 반드시 ‘공판절차 갱신’을 해야합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7일부터 한 달 가까이 523호 법정엔 지난 공판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만 재생되고 있습니다. 2021년 11월부터 심리 중인 대장동 배임 사건은 벌써 두 해를 넘겼고, 두 번의 법원 정기인사를 거치면서 ‘공판갱신절차’도 두 번째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그러는 사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법정에서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판이 5차까지 진행됐습니다. 김 전 부원장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과 수년간 유착관계를 유지하면서 이 대표의 대선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로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등을 거쳐 8억4700만 원(실수령 6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달 7일 첫 공판 이후 주 2회씩 열리고 있는데 매회 약 6시간 정도 밀도 있게 진행됩니다. 재판부가 김 전 부원장의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올해 5월 전에 1심 판결 선고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 법정에 등장한 현금 2억 원…‘유동규 진술 신빙성’ 판단 위해 직접 쇼핑백 들어본 재판부
“증인은 검찰 주신문에선 정확히 이야기했는데 반대신문에선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합니까?”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은 14일 열린 3회 공판에서 증인석에 앉은 유 전 직무대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대장동 일당(남욱, 김만배)과 이재명 측(김용, 정진상)의 연결고리인 유 전 직무대리 진술의 신빙성을 두고 공방을 벌였습니다. 특히 16일 열린 4차 공판에서 변호인 신문 직후 발언권을 얻은 김 전 부원장이 유 전 직무대리에 직접 질의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김 전 부원장은 유 전 직무대리가 2021년 6월 경기 수원시 광교의 버스정류장에서 김 전 부원장에게 3억 원을 전달했고, 같은 해 6∼7월 경기도청 근처에서 2억 원을 건넸다고 주장하지만 정확한 날짜를 제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유 전 직무대리는 “받은 사람이 더 잘 알지 않나. 고발할 거였으면 써놨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돈을 주고받을 당시 정황에 대해서도 김 전 부원장은 돈을 줬다는 구체적 시간과 방법에 대한 묘사가 조서에 나와있는 것과 다르다고 지적했고, 유 전 직무대리는 “(돈은 옆에) 끼고 가져가지 않았느냐”며 “만난 시간은 내 기억으론 10시 전후다. 잘 알 것 아니냐”고 맞받았습니다. 두 사람이 고성을 지르며 공방을 이어가자 재판부가 변호인이 김 전 부원장 대신 신문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날 법정엔 현금 2억 원이 실제로 등장했습니다. 재판부가 유 전 본부장이 현금 2억 원을 경기도청 근처에서 김 전 부원장에게 건넸다는 증언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연을 결정한 겁니다. 당초 재판부는 현금 12억 원 상당 무게의 생수병 준비를 검찰에 요청했지만 검찰은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4kg에 달하는 현금 2억 원을 직접 준비해 왔습니다. 유 전 본부장이 현금을 골판지 상자와 쇼핑백에 담아 전달하는 상황을 직접 시연한 이후 재판장은 직접 쇼핑백을 들어 올려 무게를 가늠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가져가기 불가능하거나 무거운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같은 법정에서 21일 열린 5차 공판에서는 정민용 변호사의 증인신문이 진행 됐습니다. 정 변호사는 남욱 변호사의 친구이자 유 전 직무대리 부하직원입니다. 그는 유 전 직무대리에게 1억 원 을 직접 가져다주고 이후 그 돈을 김 전 부원장이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가져가는 것을 봤다고 진술한 인물입니다. 김 전 부원장 측이 정 변호사에게 김 부원장이 돈을 가져간 것을 봤던 당시 상황에 대해 “유 전 직무대리의 증언에 의하면 1억 원을 옆구리에 끼고 갔다는데 그 여부를 알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정 변호사는 당시 블라인드가 쳐져 있어 다리밖에 안 보였다며 “상반신이 안 보여서 확인할 수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김 전 부원장 측에서 검찰 조사에서도 증언과 똑같이 말했는지 되물었고 정 변호사는 “(돈을 담았던)박스가 없어져서 돈을 받아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를 듣고 있던 재판부가 직접 정 변호사에게 해당 진술에 대해 질의했습니다. 재판부는 정 변호사에게 “김 전 부원장이 돈을 받으러 온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어서 유심히 지켜봤고 사무실 나가는 모습까지 지켜봤다는 게 (조서에) 한 문장 답변으로 돼 있다”며 “뉘앙스가 김 전 부원장이 들어오는 것과 나가는 것을 정확히 봤다, 그렇기에 나갈 때 (외투에 돈 봉투를) 불룩하게 숨겨서 나가면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깔려있는 느낌인데 그와 같은 모습을 못 봤다는 것이냐”고 다시 물어본 겁니다. 이에 정 변호사는 “블라인드가 쳐져 있어 상반신은 못 봤다고 말씀드렸다”고 답했습니다.
● 다음주엔 매일 대장동 관련 재판 열려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들이 각자 다른 쟁점을 다투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지만 촘촘히 짜여진 스케줄에 시간과 일정이 겹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한동안은 각기 다른 쟁점을 다투러 법정에 출석한 사건 관계자들이 법정 밖에서도 관련 공방을 이어가는 일이 반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3월 마지막 주는 서울중앙지법에서 대장동 관련 재판이 매일 열릴 예정입니다. 29일엔 428억 원의 뇌물을 약속받고 그 대가로 대장동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에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첫 공판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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