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당 떠나는 손자들? 與, ‘2060 한 지붕 두 가족’ 균열

  • 주간동아
  • 입력 2023년 3월 25일 10시 47분


尹 20대 지지율 17%로 하락… “산업화 시대 의제 못 벗어나”

윤석열 대통령.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뉴스1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시절 2030 남성의 보수 정당 지지율은 10%대 혹은 그 아래였던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민주당에 대한 반감 탓에 선거 기간에 일시적으로 국민의힘 쪽으로 가 있었던 것일 뿐 보수화됐다고 볼 수는 없다. 최근 여권을 보면 이준석 전 대표와 내홍은 물론, 전당대회 이후 첫 행보로 ‘종북세력척결특별위원회 구성’을 말하는 등 산업화 시대 의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년들이 이탈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20대 尹 지지, 40대보다 낮아
자료: 한국갤럽
자료: 한국갤럽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가 3월 22일 ‘주간동아’와 통화에서 “여권은 대선 기간 퍼졌던 반(反)민주당 정서의 본질에 대해 고찰해야 한다”면서 지적한 말이다. 이동수 대표의 경고처럼 대선 기간 보수 정당에서 관찰됐던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30세대가 윤석열 대통령 지지를 철회하면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대의 지지 이탈은 현재진행형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3월 14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에 따르면 18~29세 응답자(132명) 가운데 ‘잘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17%에 그쳤다(그래프 참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체 긍정 평가(33%)의 절반에 그치는 수치다. 전체 연령 집단 가운데서도 20대 지지율이 가장 낮았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40대(20%)보다 긍정 평가가 낮은 것이다.

20대, 특히 이대남(20대 남성)은 당초 윤 대통령 핵심 지지층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보수 정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60대 이상 세대의 지지에 2030세대의 지지를 더하는 데 성공하면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지상파 3사가 실시한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대남(18~29세)의 58.7%가 대선에서 윤 후보를 뽑았다. 60대 이상(남성 67.4%, 여성 66.8%)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지지 성향이 강했던 20대 여성조차 대선 출구조사에서 33.8% 지지를 보냈다. 여권이 최근 10%대 지지율에 긴장하는 이유다.
지지율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는 20대의 마음을 끌 의제 설정에 실패한 것이 꼽힌다. ‘김기현 체제’가 들어선 후에도 이 같은 양상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3월 14일 “종북 간첩단과 전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반대 여론에 직면했다. 이동수 대표는 “당장 청년세대 앞에 놓인 전세 사기와 노동 양극화 문제 등에 집중해야 했는데 관성적으로 대북 문제를 끌고 왔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고용부)를 중심으로 불거진 ‘근로시간 69시간 논란’ 역시 20대의 지지 철회에 불을 붙였다. 고용부는 3월 8일 노사가 합의할 경우 주6일 최대 69시간까지 탄력적으로 근로할 수 있는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한 후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정부가 과로를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실은 3월 16일 “윤 대통령은 연장 근로를 하더라도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진화에 나셨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근로시간제 개편 부정 평가↑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는 현행 주52시간제에 대체로 만족했다. 앞선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현행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해 근로시간이 ‘적다’고 응답한 비율은 16%였는데, 18~29세 응답자가 7%로 가장 낮었다. ‘주52시간 근무제가 적정하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18~29세와 40대에서 63%로 가장 높았다. MZ세대 중심의 노동조합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이에 대해 “공짜 야근을 시키는 기업이 문제지 주52시간 근무제가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지도부 내 ‘젊은 피’인 장예찬 청년최고위원(35)과 김병민 최고위원(41)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3월 24일 MZ세대 노조와 ‘치맥’ 회동을 가진다. 청년의 목소리를 청취해 근로시간 개편안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이 자리에는 대통령실과 고용부 내 20, 30대 청년 담당자도 동석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2030세대의 지지 이탈을 초래한 가장 큰 사건은 근로시간제도 개편 문제”라며 “정부 여당은 근로 환경이 좀 더 개선되길 바라는 청년층의 멘털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82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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