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깡패, 마약, 무고, 위증 수사를 (검찰이) 못 하게 되돌려야 한다는 건지 이유를 묻고 싶다.”(한동훈 법무부 장관)
2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 장관과 민주당 의원들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서 심사 과정은 위법했지만 법 자체는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등을 놓고 치열하게 맞섰다.
● “韓, 국민에 사과하라” vs “민주당이 하라”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은 헌재가 법무부에 위헌 청구 자격이 없다고 한 것을 토대로 한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승원 의원은 “법무부 장관의 청구에 대해서는 각하라는 의견이 열이면 열이었다. 장관이 오판한 건지,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한 장관은 헌재가 민주당이 주도한 ‘위장탈당’에 대해 법사위 표결권 침해를 인정한 것을 들며 민주당이 사과해야 한다고 맞섰다. 한 장관은 “위장탈당의 위헌, 위법이 명확하게 지적된 상황에서 사과는 제가 할 것이 아니라 이 법을 밀어붙이신 민주당 의원들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사퇴 요구에 대해서도 한 장관은 “(헌재의 결과가) 4 대 5로 각하하지 않고 5 대 4였다면 이 법을 밀어붙인 민주당 의원들이 다 사퇴했을 것인가”라고 응수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한 장관의 탄핵을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한 장관은 “탄핵이란 말을 깃털처럼 가볍게 쓸 수 있는지는 몰랐다”고도 했다.
지난해 법무부가 시행령으로 검찰 수사권을 유지한 것을 두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의 취지를 존중해 시행령을 바꿔야 한다”고 했지만 한 장관은 “오히려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그 시행령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도 한 장관을 엄호했다. 여당 소속인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헌재 결정과 관련해 “국민을 위한 헌법재판소가 아니고 그야말로 ‘좌편향적인 정치재판소’”라며 “특히 이의신청권 폐지가 유효하다고 인정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엄청난 책임을 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자신의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때 A 씨에게 위증 교사를 했다는 의혹을 언급하며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한 장관은 “위증 자체가 시행령상으로 새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라고 답했다.
● 韓 “文 정부도 안경환 건 확인 못 해”
검찰 출신인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의혹과 관련한 검증 부실 논란도 불거졌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학폭을 알고 있었는데 그냥 모르고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가 들키니까 철회한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 장관은 “정부가 알고도 인사를 밀어붙인 거라면 하루도 안 돼 철회했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 장관은 문재인 정부 당시 허위 혼인 신고 논란으로 낙마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례를 들며 검증의 한계를 주장했다. 그는 “안 장관 후보자 (사건) 역시 본인이 얘기하지 않았으니 확인할 수 없었던 구조적 문제라는 입장을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여러 번 내지 않았느냐”며 “제도 개선 면에서 여러 가지를 대통령실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법사위에서는 민주당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에 대해 여야가 격론 끝에 다음 전체회의에서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벤처, 스타트업 창업자의 경영권 보호를 위한 복수의결권 도입 법안(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됐다. 국회에 3년째 계류 중인 이 법을 두고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재벌 세습에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며 강하게 반대해 한 번 더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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