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수감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북한을 추종하는 지하조직을 만든 뒤 ‘지사장’ ‘2팀장’ ‘3팀장’ 등 직함까지 갖추고 조직적으로 활동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2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 공안당국은 구속된 민노총 조직국장 A 씨 등이 각자 직함을 갖추고 역할을 나누어 활동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속한 지하조직을 ‘지사’라고 표현했는데, 민노총 조직국장인 A 씨가 ‘지사장’ 역할을 했다. A 씨는 북한 공작원과 직접 교신하면서 지령문을 수수하고, 지하조직인 ‘지사’의 활동 상황을 북한에 보고하는 ‘총책’ 역할을 한 혐의를 받는다. A 씨가 2020년 9~12월 민노총 위원장 선거 진행 상황 등 민노총 내부 동향을 여러 차례에 걸쳐 상세하게 북한에 보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구속수감된 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B 씨는 ‘지사 3팀장’과 ‘강원지사장’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도의 한 병원 노조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던 B 씨는 강원도 지역의 노동운동 활동가 등을 포섭하는 등 지역의 하부조직을 확대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을 지낸 C 씨는 ‘지사2팀장’ 역할을 했다. 그는 주로 전남 광주 일대에서 “금속노조 집행부를 장악하고, 기아차 광주 공장에 하부조직을 설립하라”는 북한의 지령을 받아 활동한 혐의를 받는다.
민노총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적게는 13년, 많게는 24년 가까이 활동해온 이들 전현직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활동하며 민노총 내부에서 지하 조직을 확대시키려 했다는 것이 당국의 시각이다. 당국은 27일 열린 이들의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국내 최대 노동조합인 민노총을 방패 삼아 대남공작 활동을 정당한 노조 활동인 것처럼 둔갑시켰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이달 24일 당국의 압수수색 대상이 된 민노총 관계자가 2018년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사실도 드러났다.
민노총 경기중부지부 간부인 D 씨는 2018년 9월 중국 광저우에서 북한 대남공작기구인 문화교류국(옛 225국)의 공작원을 접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D 씨는 광저우의 거리에서 부채를 들고 서성이다가 북한 공작원을 발견한 뒤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접선 장소로 따라간 것으로 조사됐다. 당국은 D 씨와 북한 공작원이 서로를 알아보기 위한 일종의 ‘사인’으로 부채를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D 씨에 대해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민노총 조직국장 A 씨의 하부망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A 씨도 2018년 9월 중국 광저우로 출국한 기록이 파악됐다고 한다. 당국은 A 씨가 D 씨를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들과 만나는 접선 장소로 인도하는 등 회합에 도움을 줬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국은 24일 D 씨의 사무실과 자택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휴대전화 및 개인용 컴퓨터의 문건 내용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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