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방미 20여일 앞두고… 김성한 안보실장 사퇴, 후임 조태용 주미대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0일 03시 00분


[국가안보실장 교체]
여권관계자 “당초 방미전 교체 구상”
金 “외교-국정운영 부담되지 않길”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했던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사퇴했다. 정상 외교의 최대 이벤트인 윤 대통령의 다음 달 말 미국 국빈 방문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외교안보 총괄사령탑인 대통령 핵심 참모가 물러나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

여권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은 방미 조율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뒤 애초부터 방미 전에 김 전 실장 등 외교안보 진용을 교체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며 “방미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을 교체한 데 이어 김 전 실장까지 교체한 윤 대통령은 새 외교안보 진용으로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전날까지만 해도 김 전 실장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는 본보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이 지난 주말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오후 본인 명의의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늘부로 국가안보실장 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방미 일정 조율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과 이에 따른 논란이 윤 대통령의 정상 외교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것. 이어 “1년 전 대통령님으로부터 보직을 제안 받았을 때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한일관계를 개선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여건이 어느 정도 충족됐고, 미국 국빈 방문 준비도 잘 진행되고 있어 후임자가 차질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김 전 실장의 사의를 고심 끝에 수용하기로 했다”며 “후임 안보실장에 조태용 주미 대사를 내정했다”고 말했다. 조 신임 실장은 미국·북한 문제에 정통한 외교관 출신으로,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을 지내다가 현 정부 초대 주미 대사에 발탁됐다.

“尹 ‘金으론 방미 완벽준비 어렵다’ 판단… 지난주부터 교체 검토”


외교안보 현안대응 문제점 누적… ‘방미직전 교체’ 부담 감수 결단
尹, 교체 보도에 예정없던 오찬… 교체설 부인 하루만에 후임 발표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 뒤에 29일 사퇴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의 모습이 보인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 뒤에 29일 사퇴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의 모습이 보인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안보 사령탑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교체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취임 1년을 앞두고 외교안보 라인을 쇄신하는 구상을 갖고 있던 윤 대통령이 방일, 방미 외교 조율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지켜본 끝에 한미 정상회담 전 외교안보 라인을 쇄신해야 방미를 통한 국익 극대화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

●尹, 지난주부터 안보실장 교체 유력 검토


특히 복수의 외교 소식통과 정부 인사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6, 17일 방일을 마친 뒤인 지난주 중후반부터 김 전 실장 등 외교안보 라인 교체를 유력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 주최 국빈 만찬에서 한류 스타 블랙핑크와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협연 일정 조율에서 불거진 잡음이 교체 검토의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더 근본적으론 핵심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최적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외교안보 라인 쇄신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방미 일정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 조율, 북한 무인기 대응 등 현안에 대한 문제가 누적됐다는 뜻이다. 여권 관계자는 “김 전 실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가 떨어진 점이 이번 개편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김 전 실장은 윤 대통령의 대광초 동창으로 50년 지기다.

윤 대통령이 지난주부터 교체를 검토하면서 김 전 실장은 24일 윤 대통령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진행된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불참하기도 했다. 천안함 55용사의 이름을 한 명씩 차례로 부르며 추모하는 ‘롤 콜(Roll Call)’을 한 핵심 외교안보 행사에 김 전 실장을 제외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임종득 2차장이 참석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 일각에선 국빈 방미가 임박한 만큼 이달 5일 방미 일정 조율차 미국까지 다녀온 김 전 실장에 대한 교체 시기를 방미 이후에 단행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이와 동시에 “방미 전이라 교체를 못 한다는 논리라면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만큼 그때도 교체를 못 한다는 말이냐. 새 진용을 신속히 꾸려 최대의 전력으로 방미를 준비하는 게 옳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28일 본보 보도로 김 전 실장 교체 검토 사실이 알려지자 대통령실은 “교체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일단 진화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김 실장 등 외교안보 라인과 이날 예정에 없던 오찬을 하면서 김 전 실장에 대한 신임을 보였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여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이날 오찬은 고별 자리가 됐다”고 했다.

● 김 전 실장 거취 두고 긴박했던 대통령실

29일 대통령실은 급박하게 움직였다. 오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실 내에선 김 전 실장 교체가 미뤄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하지만 이날 오후를 기점으로 기류가 급변해 김 전 실장 거취 문제를 두고 내부에서 긴급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전 실장의 리더십으로는 방미에 전력투구하기 어렵고, 미국 역시 김 전 실장이 신임을 잃은 걸 아는 상황에서 실질적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은 논란 끝에 며칠이 늦어졌지만 김 전 실장을 당초대로 교체하고 새 안보실장을 임명해 방미 준비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김성한 안보실장#사퇴#후임#조태용 주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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