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북한 인권보고서 첫 공개…“韓 드라마 유포해도 사형”

  • 뉴시스
  • 입력 2023년 3월 30일 11시 27분


북한의 인권 상황을 조사한 정부 차원의 실태보고서가 30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2017년 이후 북한의 인권실태를 진술한 북한이탈주민 508명의 증언을 중심으로 작성된 것으로 공권력에 의해 사법절차를 거치 않고 처형당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주민들의 생명권이 여전히 극심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동 공개 처형을 포함해 사형이 광범위하게 집행됐고, 남한 영상물을 봤다는 이유로 공개처형하는 사례도 파악됐다. 지적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이 실시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통일부는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31일 발간한다며 관련 내용을 30일 발표했다.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발간하는 정부의 첫 공개 보고서다.

정부는 2017년 이후 매년 북한인권보고서를 제작해 왔으나 탈북자 개인정보 등이 노출될 우려 등을 고려해 보안업무규정 시행세칙에 따라 보고서를 3급 비밀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널리 알린다는 차원에서 올해부터는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약 450쪽 분량인 이번 보고서는 2017년 이후 탈북한 북한이탈주민을 심층면접 조사해 작성했다. 지난해까지 발생한 최근 북한인권 상황을 실태 중심으로 기술한 백서 형태다. ‘국제인권규약’상 자유권과 사회권을 중심으로 여성·아동·장애인을 취약계층으로 포함하고, 정치범수용소와 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도 별도 기술했다.

정부는 보고서를 통해 “시민적·정치적 권리와 관련한 북한의 제반실태를 종합해보면 북한 주민들은 자유권규약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총평했다.

북한 주민들의 생명권은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권력에 의한 자의적 생명박탈 사례들이 여럿 발생했다. 국경지역에서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생명을 박탈하는 즉결처형 사례가 지속적으로 수집됐고, 구금시설에서 수형자가 도주하다가 붙잡혀 공개처형되거나 피구금자가 구금시설에서 출산한 아기를 기관원이 살해한 사례도 있었다.

또 ‘가장 중한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마약범죄, 한국영상물 유포, 종교·미신행위 등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사형이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에는 남한 등 외부 문화와 접촉하는 주민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남한 제품을 판매하거나 드라마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사형이 집행됐다. 2017년 양강도에서는 한 남성이 남한 드라마를 시청하고 이를 유포한 행위로 공개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고, 2018년 평안남도에서는 화장품 등 남한 제품을 몰래 판 사람들이 공개 총살됐다고 한다.

2017년 이후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이 널리 유포되면서 외부정보 접촉 및 유포뿐 아니라 외부정보로부터 영향 받을 수 있는 옷차림, 생활방식 등으로 단속 대상도 확대했다. 북한은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외부정보 접촉·보관·유포에 대해 노동교화형 10년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한국 드라마와 영화, 음악의 경우에는 더욱 강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문 및 비인도적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에 대한 침해 역시 심각했다. 북한은 구타행위방지법을 제정하는 등 일부 법제도를 정비하고 있지만 신문과정에서 구타, 고정자세 유지 등 다양한 고문이 자행되고 특히 공개처형도 다수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여성 구금자에 대한 나체 검사, 질 내부를 직접 확인하는 체강 검사, 성폭력 등도 빈번했다. 구금시설에서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점도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주민의 이동 및 여행의 자유권도 보장되지 않았다. 북한은 사회주의헌법에서 여행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지만 여행증명서, 숙박검열 등의 제도를 해당 권리를 침해했다. 특히 평양 등 특별지역으로 이전하는 경우에는 추가 승인이 필요하며 강제이주조치도 시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 침해와 일상적이었다. 북한 사회주의헌법에서는 ‘김일정-김정일주의’를 유일한 지도적 지침으로 규정하고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 등을 통해 주민들의 사상을 통제하고 있다. 인민반 제도와 조직 내 생활총화는 주민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기능을 광범위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당국은 특별전담조직을 구성해 주민들의 외부정보 접촉이나 유포를 강력하게 통제해왔다. 최근에는 정보통제와 관련한 법제도를 정비해 외부정보 접촉 및 유포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현병 등 정신병을 앓고 있거나, 병원이나 관리소에 수용된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의사표현 능력이 부족한 이들을 실험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반국가·반민족 혐의를 받는 경우 법원 재판 없이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되기도 했다. 북한 인권 탄압 상징인 정치범수용소는 총 11곳이 있으며 현재 5곳이 운영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용자는 대부분 광산에 배치돼 강도높은 노동을 했고 처형도 일상적으로 이뤄졌다.

북한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에 대한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도 있었다. 보고서는 “이산가족 행사를 통해 남한의 가족과 만난 뒤 자녀들까지 감시와 차별이 생겼다는 사례들도 수집됐다”고 밝혔다. 납북자 다수는 광산 노동에 투입됐으며, 국군포로 자녀는 직장 배치, 군 입대 등 대부분 분야에서 차별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참정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성분과 계층을 바탕으로 주민을 구분하고 있는데 이러한 성분, 계층은 거주지역과 직업배정, 승진, 이직, 대학진학 등에 있어 차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근의 북한인권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기술했다”며 “상반된 증언이 있을 경우에는 양측의 의견을 모두 반영하는 등 균형적·객관적으로 작성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보고서의 발간은 우리 정부가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이라며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북한 주민의 인권 실상이 국내외에 공개되고 널리 알려짐으로써 북한 인권 증진에 기여됨은 물론 우리 정부와 민간,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도 더욱 강화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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