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의 핵심인물인 남욱 변호사의 지시로, 같은 대장동 일당인 정민용 변호사에게 수억 원을 전달하고 그 액수와 시기를 메모로 남겨뒀다는 남 변호사 측근의 증언이 나왔다.
남 씨의 측근인 이모 씨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씨는 검찰이 앞서 김 전 부원장에게 돈이 전달됐다는 증거로 제시했던 ‘Lee list(Golf)’의 작성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해당 메모 상단에는 ‘4/25 1, 5/31 5, 6 1, 8/2 14300’ 등의 숫자가 적혀있는데, 검찰은 이것이 각각 4월 25일 1억 원, 5월 31일 5억 원, 6월경 1억 원, 8월 2일 1억4300만 원을 전달했다는 의미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이 씨는 “남 변호사가 미국에 있던 2021년 9월 제게 연락해 ‘(같은해) 4월부터 8월까지 정민용에게 전달했던 현금 날짜와 액수, 자금 조성 경위 등을 메모해 두라’고 해서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메모의 제목을 ‘Lee list(Golf)’라고 적은 것에 대해서는 “남 변호사가 ‘(전달한 현금이) 내 목숨줄’이라는 표현을 썼고, 내 성이 이 씨라 ‘Lee list’라고 붙인 것”이라며 “현금이 오간 것처럼 보이지 않게 일부러 괄호 안에 ‘Golf’를 적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남 변호사가 자신이 전달한 현금을 ‘목숨줄’이라고 지칭한 이유에 대해 묻자 이 씨는 “8억 원이 넘는 돈을 넘겼으니 그렇지 않을까”라고 짐작하면서도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전 부원장 측은 이 씨가 메모를 사후 작성한 점을 근거로 메모상의 날짜가 정확한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변호인은 ‘목숨줄이 달렸는데 요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왜 구체적으로 적지 않았나’라고 묻기도 했다.
재판부도 “어느 날짜에 (정민용에게) 돈이 전달됐는지, 또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언제 김용에게 돈을 줬는지 일자가 특정돼야 경위를 확인할 수 있다”며 이 씨에게 메모상의 날짜에 관해 질문했다.
이에 이 씨는 “기억은 물론 휴대전화도 찾아보고 현금 조성 경위까지 생각해보고 작성한 것”이라며 “최대한 그 언저리의 날짜로 적은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씨는 또 “남 변호사가 전화해서 금고에 있는 돈을 주라고 해서 정 변호사에게 전달했다”며 “남 변호사 사무실 금고를 열어 현금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꺼내 정 씨에게 줬다”고 진술했다.
그는 “1억 원이 정말 정확하게 들어가는 상자에 담겨 있어서 ‘1억 원이 딱 들어가네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며 “정 씨가 자신의 백팩에 돈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돈을 건네면서 ‘이건 약입니다’하고 농담했던 것 기억하느냐”고 묻자, 이 씨는 “맞다. 현금이 들어있는 쇼핑백이니까 이건 현금이 아니라는 뉘앙스였다. 남 변호사가 즐겨 먹는 약의 쇼핑백이었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21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 변호사 역시 이 씨로부터 현금 1억 원을 건네받을 때 돈이 영양제 쇼핑백에 담겨 있었다며 이 때문에 이 씨가 “약입니다”라고 농담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김 전 부원장 측이 “남욱이 유동규가 어떤 사람이라거나 돈 얼마를 준다고 말한 일이 있나”라고 묻자, 이 씨는 “8억4700만 원을 유동규 씨에게 가져다준다고 했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재차 “(돈을 받는 게) 유동규라고 하던가, 김용이라고 하던가”라고 묻자, 이 씨는 “유동규가 얘기해서 주는 거라면서 ‘캠프에서 필요하다고 한다’고 했다”며 “(남 씨가) 돈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줄 아나,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다만 김 전 부원장이나 유 전 직무대리를 개인적으로 알진 못한다고 했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2021년 2월 유 전 직무대리에게 대선 명목으로 20억 원가량을 요구했고, 이에 남 변호사가 돈을 마련해 정 변호사와 유 전 직무대리를 거쳐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유 전 직무대리에게 총 8억4700만 원을 건넸으나 유 전 직무대리가 1억 원을 가로채 개인적으로 썼고, 1억4700만 원은 전달되지 않아 김 전 부원장이 받은 돈은 6억 원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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