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인 83%-미국인 44% “美 반도체법, 韓 이익도 고려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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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3주년]
한미동맹 70년 상호인식 조사|경제
“반도체법은 美 우선주의 정책” 미국인 55%-한국인 77% 동의
한국인 42% “美와 안보협력 중요” 美2030은 “경제-산업협력 최우선”

尹, 美 USTR 대표 만나 “반도체법 등 韓기업 배려를”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를 만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과 관련해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우호적인 방향으로 배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실 제공
尹, 美 USTR 대표 만나 “반도체법 등 韓기업 배려를”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를 만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과 관련해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우호적인 방향으로 배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실 제공
다음 달 26일(현지 시간)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선 미국의 반도체과학법(반도체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한국 경제에 직결된 경제안보 현안들이 다뤄진다. 양국 간 안보 협력 못지않게 이 법안들에 의한 한국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떠오른 것.

동아일보와 국가보훈처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한미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이 반도체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 등 동맹국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44.1%였다.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25.9%)는 비율보다 높았다.

다만 이는 반도체법 추진 때 한국 등 동맹국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한국인의 비율(82.6%)보다는 절반 가까이 낮았다. ‘고려하지 않아야 한다’는 한국인 응답자는 6.9%에 그쳤다.

● “반도체법 韓 이익 보호 필요” 한미 인식차
미국인 응답자의 55.1%는 반도체법이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했다. 한국 등 동맹국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응답(44.1%)이 이보다 낮게 나온 것은 동맹국의 이익에 피해를 주면서도 미 국익이 우선이라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정책에 동의하는 여론이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반도체법이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라는 한국인 응답자는 77.1%로 미국인 비율보다 높았다. 반도체법이 필요하다고 답한 한국인 응답자는 이보다 낮은 55.3%였다. 한국 여론은 미국과 달리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로 마련된 이 법안이 우리 기업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걸 보여준다. 미국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법에 따라 미국의 투자 보조금을 받으면 10년간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량을 5% 이상 확대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 때 반도체법 질문에서 보인 경향은 IRA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미국의 42.3%는 미국이 IR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 등 동맹국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는 답(29.3%)보다 높았다. 하지만 한국 등 동맹국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한국인 응답자(80.8%)의 절반 수준이었다. 한국인의 7.3%만 한국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다. IRA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라는 데 동의하는 비율도 한국인 77.5%, 미국인 49.2%로 차이가 컸다.

이번 조사에서 한미동맹이 자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차도 나타났다. 한미동맹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한국인의 76.7%가 ‘긍정적’이라고 답한 반면 한미동맹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한 미국인은 41.4%였다. 미국인의 33.4%는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이 안보에서는 공감대가 크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한미 국민 간에 인식차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반도체법과 IRA로 인해 한국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방안을 바이든 대통령과 합의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 美 2030세대 “韓과 ‘경제·산업 협력’이 1순위”
‘동맹으로서 미국이 한국에 어떤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지’ 묻는 질문에 한국인 응답자들은 경제·산업 협력(23.1%)보다 안보 협력(42.3%)을 중시했다. 미국인들도 ‘동맹으로서 한국이 미국에 어떤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북한 위협 억지(29.6%)를 꼽은 응답자가 경제·산업 협력(24%)이라고 답한 비율보다 높았다. 다만 미국 젊은층은 경제·산업 협력을 1순위로 꼽았다. 20대(31.3%)와 30대(32.1%)에서 경제·산업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비율이 제일 높았다.

韓 17개 광역시도-美 4개 권역 나눠 표본 추출해 설문
보훈처, 조사 결과 정책 활용 방침

동아일보는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올해 초 국가보훈처와 함께 한국과 미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한국·미국 관계에 대한 조사’를 기획하고 한국갤럽에 조사를 의뢰했다. 보훈처는 이번 조사 결과를 참고해 향후 정책 수립에 활용할 방침이다.

한국갤럽은 이달 17일부터 21일까지 한국에 거주하는 만 19∼69세 1037명을, 이달 17일부터 22일까지 미국에 거주하는 만 19∼69세 1000명을 대상으로 각각 온라인 패널 조사를 실시했다. 양국 국민에 대한 조사 모두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한미 각각 ±3.0%포인트, ±3.1%포인트다.

조사 대상자들이 양국 국민을 대표할 수 있도록 국내 17개 광역시도와 미국 4개 권역(중서부·동북부·남부·서부) 등 지역과 성별, 연령 등을 고려해 표본을 추출했다. 이들에게 △한국과 미국에 대한 상호 인식 △6·25전쟁에 대한 인식 및 현황 △한미 동맹 △국가(주변국) 간 상호 인식 △한미 관계 전망 △한국 보훈외교 평가 등 6개 부문 48개 문항을 질문했다.
#한미동맹 70년#상호인식 조사#반도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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