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쌍특검(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과 한일정상회담 국정조사 등 대여 공세에 대해 거리두기를 이어가고 있다. 특검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등을 위해 정의당의 협조가 절실한 민주당으로선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 사이에선 “정의당이 다른 길을 가기 위해 악마와 손을 잡으려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앞서 ‘민주당 2중대’ 탈피를 선언한 정의당의 독자 행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다.
이에 대해 정의당은 “민주당의 시간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문제가 되는 것이냐”며 거대 양당 중심의 체제를 깨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모습이다.
● 민주당 “정의당 속내는 내년 총선”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31일 통화에서 “정의당이 특검법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거부하고 한일정상회담 관련 국정조사 요구에도 불참한 건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로밖에 안 보인다”며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민주당과 거리를 두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의당은 50억 클럽 특검을 패스트트랙에 태우자는 민주당의 제안을 보류하고 국민의힘과 합의해 특검법을 30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전날엔 민주당의 한일정상회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에도 불참했다.
민주당 내에선 정의당이 정략적 목적을 위해 국민의힘과 사실상 손잡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도부 소속의 한 의원은 “최근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이 정의당의 당초 법안에서 많이 후퇴한 면이 있어 정의당에 마음의 빚이 있었는데, 이번 행태를 지켜보면서 미안함이 싹 사라졌다”며 “아무리 선거가 중요하더라도, 국민의힘에 이득이 되는 방향에 기여하면 되겠느냐”고 했다.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도 31일 BBS라디오에서 “정의당이 좀 더 정의로운 판단을 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며 “국민의힘과 모종의 무슨 그런 것들은 믿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의당은 민주당과 다른 길을 가기 위해서는 악마와도 손을 잡겠다는 이상한 각오를 다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정의당도 (국민의힘과) 공범이 되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썼다.
● 정의당 “민주당이 급한 거지 우리는 아냐”
정의당은 특검법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보류한 것은 오히려 특검법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쌍특검 중 김건희 특검은 결사 저지할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50억 클럽 통과에는 협조할 가능성이 있다”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최장 240일을 낭비하기보다 국민의힘의 협조 가능성에 일단 최선을 다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민주당이 특검법을 빨리 패스트트랙에 태우려는 건,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를 희석하고 지금 원내지도부가 임기를 마치기 전 성과를 내려는 것 아니냐”며 “그건 민주당의 타임라인이기 때문에 우리가 맞춰줄 필요가 없다”고 일갈했다.
● 양당, 갈등의 골 깊어질 듯
민주당은 정의당을 향한 압박을 강화한다는 방침이어서 양당 간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4월 내 쌍특검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의당과 국민의힘의 요청으로 어제 법사위에 50억 클럽 특검법만 상정되었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특검 추진에 단 1%의 의지도 없다는 점을 정의당도 똑똑히 확인했을 것”이라며 “정의당의 너무 늦은 결단이 결국 양 특검의 무산이라는 민심의 역행으로 귀결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라며 압박했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도 “정의당을 겨냥해 ‘국민의힘의 2중대가 되려는 것이냐’는 공세를 퍼부을 것”이라며 “정의당 지지자 대다수도 특검을 원하고 있는데, 지도부가 선거 전략을 잘 못 짚고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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