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선거의 ‘룰(규칙)’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는 10일부터 299명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를 열고 내년 총선 선거제 개편에 대한 난상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전원위를 통해 내년 총선의 규칙을 정하겠다는 취지지만 여야는 물론 각 당 내에서도 선거제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논의는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결국 이번에도 여야 지도부 간 타협에 의해 선거제가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개편안 두고 정당별 셈법 복잡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거쳐 지난달 30일 전원위에 상정된 선거제 개편안은 3개다.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형)-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1안)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2안)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3안)이다.
1안의 핵심은 대도시의 경우 한 선거구에서 3~5명을 뽑는 중대선거구를 도입하고, 농어촌 지역에선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해 선거구 당 1명을 뽑는 것이다. 2018년 자유한국당 시절에도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했던 국민의힘이 이 제도를 선호하고 있다.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될 경우 수도권에서 의석을 더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의 경우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55.63%, 국민의힘이 42.08%를 얻었지만 의석수는 민주당 41석, 국민의힘 8석으로 크게 벌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민주당의 수도권 독식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는 “기존 수도권 의석은 국민의힘에 내주는 반면 농어촌 지역은 소선거구제가 유지되기 때문에 의석을 가져오기가 어렵다. 절대 받을 수 없는 안”이라고 했다.
2안은 정의당 등 제3당에게 가장 유리한 선거제 개편안으로 꼽힌다.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이 한 선거구에서 4~7인을 뽑는 대선거구제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선거구 당 4~7인을 뽑으면 거대 양당 외에 제3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다만 지역구 의원을 뽑을 때 정당과 각 정당 소속 후보에게 각각 투표를 하는 개방명부식은 유권자들에게 익숙지 않다.
3안은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지역구 의원은 소선거구제로 뽑고, 비례대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뽑는 21대 총선 방식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안은 21대 총선과 달리 비례대표를 전국 단위가 아닌 권역별로 뽑는다. 민주당 관계자는 “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포함해 180석이 당선돼 현역 의원이 가장 많은 민주당 입장에선 선거제를 바꿔 혼란을 초래하기보다는 최대한 현상 유지를 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국적 불명, 정체불명의 제도를 정상 제도로 바꿔놓자”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일부 연동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해 2020년 총선에서 여야 모두 ‘위성 정당’이라는 초유의 꼼수를 선보인 바 있다.
● 전원위, 4월 중 선거제도 확정 목표
이처럼 여야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전원위는 10일 비례대표제, 11일 지역구, 12일은 기타 쟁점 등을 주제로 토론을 벌인 위 13일 종합 토론을 갖는다. 전원위 토론 과정은 생중계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전원위 결의안을 처리한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숙의·집중·신속을 운영원칙으로 삼아 깊이 토론하고, 4월 안에는 결론을 내자”고 했다. 그러나 각 당에선 “전원위 토론 발언 신청자가 많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따라 20년 만의 전원위 개최에도 불구하고 선거구제 개편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한 야당 의원은 “선거제도를 손보는 건 의원들의 생사가 달린 문제라 쉽지 않을 수 밖에 없다”며 “정개특위에서 상정한 3개안 외에 다른 주장을 내놓는 의원들도 있을 수 있어 토론도 백가쟁명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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