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추락, 설화, 재보선까지… 위기의 與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7일 03시 00분


최고위원들 잇단 구설… 정책 혼선
黨지지율 한달새 6%P 떨어져
울산교육감 재보선 진보후보 당선
김기현 체제 출범 한달도 안돼 위기

김기현 “불미스러운 잡음, 국민께 송구”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운데)가 6일 심각한 표정으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잇따른 당 지도부 등의 설화와
 관련해 “국민과 당원들께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당 내부를 향해선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에 엄중 경고한다”고 했다. 연이은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이 된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김기현 “불미스러운 잡음, 국민께 송구”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운데)가 6일 심각한 표정으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잇따른 당 지도부 등의 설화와 관련해 “국민과 당원들께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당 내부를 향해선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에 엄중 경고한다”고 했다. 연이은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이 된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김기현호(號)’ 출범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위기에 직면했다. 최고위원들의 연이은 설화(舌禍)에 더해 뚜렷한 정책 성과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최근 당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에 역전당한 조사도 나왔다. 22대 총선을 1년 앞두고 치러진 4·5 재·보궐선거에서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결국 김기현 대표는 6일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여권 내에서는 “제대로 된 쇄신이 없다면 내년 총선도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불미스러운 잡음으로 인해 우리 당의 개혁 의지가 퇴색되는 것 같아 국민과 당원들께 송구스럽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장애요인이 되면 누구든지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5·18민주화운동 등 세 차례 연속 말실수로 공개 활동을 중단했다. 태영호 최고위원의 제주 4·3사건 발언, 조수진 최고위원의 ‘밥 한 공기 다 먹기’ 발언 논란까지 더해졌다.

친윤(친윤석열) 일색의 당 지도부가 각종 논란을 일으키는 사이 정책 혼선까지 불거졌다. 근로시간 개편안, 저출산 대책 등이 설익은 채로 노출됐고,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을 의식해 2분기(4∼6월)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보류했다. 이런 난맥은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한 달 사이 6%포인트 하락한 33%였다. 민주당 지지율은 같은 기간 4%포인트 올라 국민의힘과 같은 33%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의 흐름은 4·5 재·보선 결과로도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보수 강세 지역인 울산 남구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에 패했다. 울산시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 성향 천창수 후보가 보수 성향 김주홍 후보를 눌렀다.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진보 진영의 분열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후보는 8%를 얻는 데 그쳤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이런 심상치 않은 상황이면 (내년 총선에서) 강남도 안심 못 한다”고 했지만 여당 지도부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한 지도부 인사는 “민심의 바로미터인 충청(청주 시의원 선거)에서는 이겼다”고 했다.

재·보선 결과에 대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독주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려야 한다는 국민의 마음이 모인 결과”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집권 2년 차 민심을 면밀히 살피고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국민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당정 지지율 동반하락-친윤 지도부 잡음… 당내 “내년총선 위험”





위기의 여당




黨, 국정과제 뒷받침 역할 못하고
친윤 최고위원들, 지지층만 바라봐
재보선 부진에도 위기감 ‘희박’



“(충북) 청주 구의원 선거에서 이긴 의미가 있다.”

6일 오전 김기현 대표 주재로 열린 국민의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전날 치러진 4·5 재·보궐선거 결과 평가와 관련해 이런 논의가 오갔다. 보수 강세 지역인 울산 남구의원 선거는 더불어민주당과의 맞대결에서 패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한 전북 전주을에선 득표율이 반 토막이 난 결과를 두고 여권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만 여당 지도부는 전혀 다른 진단을 내놓은 것. 이를 두고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대로라면 1년 앞으로 다가온 차기 총선이 정말 위험하다”며 “당 대표가 더 위기감을 가지고 당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① 尹-여당 지지율 동반 하락

대선 직후 ‘이준석 사태’로 홍역을 앓은 친윤(친윤석열) 진영은 3·8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정일체’를 전면에 앞세웠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한목소리를 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의 동반 상승을 꾀하고, 이를 통해 내년 총선을 승리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최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나란히 하락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여당 중 어느 쪽이라도 40% 이상의 지지율을 얻어 다른 한 축을 끌고 가야 하는데 반대로 가고 있다”고 했다. 당정이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여당은 여론을 폭넓게 수렴해 대통령실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에 우선적으로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 분위기다. 또 전당대회 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월 2회 정도 윤 대통령과 김 대표의 정기 회동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격주 회동에 대해 양측 모두 말을 아끼고 있다.

② 친윤 지도부, 리스크 중심에
이런 당정 관계는 전당대회 규칙 설정 때부터 예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를 빼고 ‘당원 투표 100%’로 규칙을 바꿨다. 그 결과 여당 지도부는 친윤 진영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친윤계 표심을 등에 업고 당선된 최고위원들은 연이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고위원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김재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태영호 조수진 최고위원이 당선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연이어 논란성 발언을 내놓은 것. 이에 대해 한 여당 의원은 “‘국민 여론조사 30%’를 뺀 게 패착이 아니었나 싶다”며 “정치인이 국민 전체를 보고 발언하고, 일해야 하는데 우리 지지층만 바라보고 발언하는 현상이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여권 인사들이 우려하는 또 다른 지점은 여당 소속 지자체장들까지 물의를 빚고 있다는 점이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지난달 31일 홍천 산불 발생 때 골프연습장을 찾았고,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제천 산불 현장에 가지 않고 술자리에 참석해 논란이 됐다.

③ 개혁 입법 미진, 포퓰리즘에 기웃
최근 여당은 국가 재정과 총선 표심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당시 전기·가스요금을 동결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은 “에너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해 왔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당정 협의 끝에 2분기(4∼6월) 전기·가스요금 발표를 보류했다.

또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를 입법으로 뒷받침하는 여당의 역할 역시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한 노동, 연금, 교육 등 3대 개혁이 대표적이다. 여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사실상 연금 개혁의 공을 정부에 넘겼고, 교육 개혁을 위한 입법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 국가전략산업을 지원하는 ‘K칩스법’도 여당 주도가 아닌 윤 대통령의 재개정 지시로 입법이 완료됐다. 이에 대해 여당 핵심 관계자는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법안을 김 대표 등이 참여해 발의하는 등 본격적인 입법을 준비 중”이라며 “새 지도부 출범 이후 당정 정책 협의가 활발해지고 있어 곧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지율#추락#국민의힘#여당#김기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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