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동맹국에 대한 미 정보기관의 감청 의혹이 일면서 미국의 기밀 정보 수집 방식 및 기술 수준에 관심이 쏠린다. 용산 대통령실 내 고위 당국자의 민감한 발언까지 몰래 엿들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미 정보기관인 국가안보국(NSA)·중앙정보국(CIA) 등이 국내 주요 기관을 대상으로 전방위 감청까지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에 유출된 문건들은 NSA와 CIA, 국무부 정보조사국 등 정보기관 보고서를 미 합동참모본부가 취합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감청 전문가들은 미국이 ‘스테이트룸 작전’(Operation Stateroom)으로 알려진 ‘무선통신감청’ 전파수집시스템을 활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 NSA가 운용하는 이 시스템은 거대한 슈퍼컴퓨터와 소형 감청용 안테나, 감청 시스템 등으로 이뤄졌다. 해당 기밀 문건이 수집된 정보가 전화와 메시지 등 신호정보(SIGINT·시긴트)를 통해 나온 것이라는 뉴욕타임스(NYT) 보도는 이 시스템이 활용됐을 정황을 뒷받침한다.
미 정보기관은 모든 스마트폰은 물론 비화용 휴대전화까지 감청해 암호를 해독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정부 당시 대북감청부대장을 지낸 한철용 예비역 육군 소장은 “인공위성을 통해 인근 기지국에서 날아가는 전파 주파수를 감청해 이를 고성능 PC로 유의미한 감청 내용을 추리는, 휴대전화 감청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미 CIA 등이 소형 감청용 안테나와 감청시스템 등을 한국 내 건물이나 차량에 설치해 근거리에서 무선으로 감청 정보를 수집했을 수도 있다. 또 휴대전화에서 발신된 통화 내용과 메시지 등이 통신사 기지국을 거치며 잠시 암호화가 풀리는 틈을 타 해킹 및 감청을 시도했을 개연성도 제기된다.
김용대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감청한 것이라면 기술적으로 가능한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킹한 펨토셀(femtocell: 실내 등에서 수십 m 이하의 서비스 반경을 가지는 기지국)을 감청 대상 근처에 설치하거나 롱텀에볼루션(LTE) 및 5세대(5G) 주파수를 암호 알고리즘이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2G 주파수로 변환하는 기술적 수법 등이 동원될 수 있다는 것. 김 교수는 “펨토셀 해킹을 통한 감청은 이미 해외 발표 사례도 좀 있다”며 “이걸 막으려면 일반 통화가 아닌 시그널 같은 통화가 암호화된 메신저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 정보 관계자는 “미 정보기관의 감청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모든 컴퓨터 운영체제는 물론이고 전원이 꺼진 TV도 감청 도구로 활용할 수 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방대한 데이터도 실시간 감청 분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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