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미국 정부의 도·감청 의혹에 대해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이라고 정면 부인했다. 외신 보도로 공개된 유출 문건은 상당수가 조작됐다고 정리하고, 대신 야당의 정치공세를 “자해행위”, “국익침해”라고 비판하며 국면 전환을 꾀하는 모습이다.
12일 여권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미국 정보기관이 한국 대통령실 고위급 인사를 도·감청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된 문건 상당수가 조작됐으며, 그 내용도 외교·안보적으로 민감한 기밀 사항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뉴스1에 “한국 관련 정보는 부정확한 것이 많다”고 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유출 문건의 상당수가 조작됐다면서 “(내용도) 이미 알려진 것들”이라며 “민감한 부분은 없다고 본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전날(11일) 공식 입장을 내고 “미(美) 정부의 도·감청 의혹에 대하여 양국 국방장관은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며 “앞으로 굳건한 ‘한미 정보 동맹’을 통해 양국의 신뢰와 협력체계를 보다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4월 말 국빈 방미를 앞두고 전날 워싱턴 DC 출장길에 오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개된 정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평가에 한미 양국의 견해가 일치한다”며 “이번 일이 양국 정보 공유의 강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차장은 ‘도·감청 논란’이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 “변수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한미가 중요한 정보활동을 함께 해온 점을 강조하면서 “이번 기회에 양국의 신뢰가 더 강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지난 10일까지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며 신중론을 폈지만, 하루 만에 “유출 문건 상당수가 조작”이라며 강경 모드로 전환한 것은,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앞두고 한미동맹에 균열이 갈 수 있는 논란을 신속히 정리하겠다는 판단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도 도·감청 논란에 대한 공개 발언을 자제하고 대신 △노조회계 투명성 강화 △2차 전지·반도체 경쟁력 강화 △강릉 산불 조속 진화 관련 메시지를 내거나 국내 최초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을 찾아 정책적 지원을 약속하는 등 민생·경제 행보에 집중했다.
대통령실이 야당의 공세를 ‘외교적 자해행위’, ‘국익침해 행위’로 규정함으로써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더불어민주당의 비판을 “근거 없는 정치공세”라고 맞받으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전날 공식 입장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탓에 보안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터무니 없는 거짓 의혹”이라며 과거 청와대보다 용산 집무실이 통합 보안시스템과 전담 인력으로 ‘철통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은 진위 여부를 가릴 생각도 없이 ‘용산 대통령실 이전’으로 도·감청이 이뤄졌다는 식의 허위 네거티브 의혹을 제기해 국민을 선동하기에 급급하다”며 “이는 북한의 끊임 없는 도발과 핵위협 속에서 한미동맹을 흔드는 자해행위이자 국익침해 행위”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감청 논란이 있는 이스라엘, 영국, 프랑스 등의 나라에서 대통령실을 이전했나, 총리실을 이전했나, 다른 국가기관을 이전했나”라며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해 보안 문제가 생겼다는 주장은 정치적 공세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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