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기현 대표 주재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중진 의원 연석회의에서는 중진 의원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최고위원들의 연이은 설화와 극우 성향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당 지지율이 하락한 데 따른 우려다. 김 대표도 당 윤리위원장, 당무감사위원장 인선을 마치며 본격적인 당 기강 잡기에 나섰다.
● “읍참마속 주저 말아야” 중진들 쓴소리
1년여 만에 열린 최고위원-중진 의원 연석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은 현재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홍 의원은 “전 목사가 우리 당에 20만∼30만 명의 당원을 심어놓고 그 덕분에 국민의힘이 버티고 있다는 식으로 선전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당론으로 결정해서 빨리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 목사가 주관한 예배에서 5·18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수록에 반대하고,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고 말하며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당 차원의 공식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논란이 된 최고위원들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었던 정진석 의원은 “신상필벌을 분명히 하고 읍참마속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면 절대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부의장인 정우택 의원은 “전당대회 이후 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건 좋은 현상이 아니다”라며 “(4·5 재·보궐)선거 결과가 주는 시그널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건져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중진 의원들이 당 기강 세우는 데 역할을 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당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연석회의를 연 이날도 잡음은 계속됐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일부 원외에 계시는 중진들이 김 대표를 아무 구체적 근거도 없이 흔들고 있다”며 “(원내) 중진들이 나서서 당 지도부를 흔드는 것을 막아달라”고 했다. 연일 김 대표를 성토하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홍 시장은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집행부를 논란의 중심에 서게 한 사람이 스스로 자숙해야지 화살을 어디다 겨누고 있느냐”며 반발했다. 제주 4·3사건 발언으로 논란이 된 태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
● 金 “총선 욕심 과열로 내분 생길까 우려”
최고위원과 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들의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김 대표는 본격적인 당내 기강 잡기에 착수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전국 시·도당 위원장 회의를 열고 “총선을 앞두고 과도한 욕심이나 섣부른 행동으로 조직 내분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국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도록 말 하나, 행동 하나 조심히 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도당 위원장이 당 기강을 잘 세우는 데 앞장서 달라”고 덧붙였다.
또 김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윤리위원장과 당무감사위원장을 임명할 예정이다. 당 윤리위원장에는 황정근 변호사가, 당무감사위원장에는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가 내정됐다.
여기에 김 대표 측은 문제를 일으킨 당 구성원들은 향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책임을 묻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총선을 앞두고 확실한 인적 쇄신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의 당 운영 방침은 ‘안정 속 변화’”라며 “보여주기식 징계 등으로 당을 다시 혼란에 빠뜨리는 게 아니라 반박할 수 없는 공천 결정으로 냉정히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 김 최고위원의 윤리위 징계와 홍 시장의 당 상임고문 해촉 주장도 나오지만 김 대표는 이런 조치가 자칫 당내 분란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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