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與 상임고문서 홍준표 해촉…洪 “엉뚱한데 화풀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3일 19시 44분


金 “일부 인사들의 과도한 설전 도 넘어”
홍준표 “욕설 목사나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홍 시장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문제 등을 놓고 지도부를 향해 연일 쓴소리를 쏟아내자 결국 칼을 꺼내든 것. 그러나 홍 시장은 “이참에 욕설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비윤(비윤석열) 진영의 성토도 줄을 이어 여권의 내부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태세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를 지낸 홍 시장을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했다. 김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이나 지자체장으로 활동하는 분은 안 계셨던 게 관례”라며 “그에 맞춰 정상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시장은 지난해 10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당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모두발언에서 “특정 목회자가 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당 지도부가 그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될 법한 일이냐”며 “최근 당 지도부를 두고 당 안팎에서 벌이는 일부 인사들의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 시장이 김 대표를 겨냥해 연일 비판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당이 발표하는 정책보다는 ‘지도부 위기론’이 주목을 받는 등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시장은 극우 성향의 전 목사를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 했다”며 칭송한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해 징계를 거듭 촉구해왔다. 또 판사 출신인 김 대표를 향해 “살피고 엿보는 판사식 당 운영으로는 당을 역동적으로 끌고 갈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캡처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캡처


김 대표의 결정에 홍 시장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의 당사자는 징계를 안 하고 나를 징계하느냐”며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나는 정무직 공무원으로 한 달에 책임당원비를 50만 원씩 내는 사람”이라며 “앞으로 총선 승리를 위해 정국 전반에 대해 더 왕성하게 의견 개진을 할 것”이라고 했다. 상임고문 해촉과 상관 없이 비판을 이어가겠다는 선언이다.

당초 김 대표는 2011년 홍 시장이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표를 맡았을 때 당 대변인을 맡는 등 홍 시장과 가까운 사이였다. 홍 시장의 거듭된 비판에도 당초 김 대표가 반박 발언을 자제한 이유다.

2011년 10월 20일 국회 한나라랑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오른쪽)와 김기현 대변인이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여권 관계자는 “김 대표와 홍 시장의 관계가 문제가 아니라 홍 시장과 김 최고위원이 불편한 관계였다”며 “김 대표가 김 최고위원의 징계를 미루자 홍 시장이 김 대표 비판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3·9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든 홍 시장을 향해 “당선 가능성이 별로”라고 했고, 홍 시장은 김 최고위원을 향해 “그만 정계에서 사라져 줬으면 한다”고 응수했다. 이어 두 사람은 지난해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도 맞붙었다.

다만 당 일각에선 홍 시장 해촉이 당내 분란을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당내 구성원이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당 윤리위원회로 몽둥이 찜질하는 것을 넘어 이제 상임고문 면직까지 나오냐”고 비판했다. 천하람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은 김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연대, 포용, 탕평을 뜻하는 ‘연포탕 정치’를 강조한 것을 두고 “김 대표의 연포탕은 ‘연대포기탕’인가”라며 “위기상황에서도 쓴소리하는 사람은 다 쳐내고, 아부하는 사람들과만 연대하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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