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고체 ICBM, 은밀·기습발사 능력 갖춰…다탄두 장착땐 ‘레드라인’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3일 19시 57분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북한이 13일 평양 인근에서 동해로 쏜 중장거리 미사일은 화성-12형(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5·17형(ICBM) 등 액체연료 중장거리미사일과는 발사 방식이나 비행 형태가 다르다고 군은 밝혔다. 군 관계자는 “새로운 방식과 체계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쏜 것”이라면서 2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고체 ICBM의 발사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한미 당국은 김일성 생일인 이른바 ‘태양절’(15일)과 북한군 창건일(25일), 윤석열 대통령의 이달 말 국빈 방미 및 한미정상회담 등을 노려 고체연료 ICBM의 추가 발사나 전술핵탄두의 7차 핵실험, ICBM 정상각도 발사 등 고강도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은밀·기습발사 능력 액체 ICBM 압도
‘괴물 ICBM’인 화성-17형은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지 1년 4개월 만에 첫 발사를 시도했고, 이후 2년 1개월만인 지난해 11월 18일 최종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반면 신형 고체 ICBM은 열병식 공개 두 달 여 만에 첫 시험발사를 한 점에서 북한의 ICBM용 고체엔진 기술이 상당 수준임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교수는“지난해 12월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지상분출시험에 성공한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엔진)’로 만든 신형 ICBM의 첫 시험발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체연료 ICBM은 전략적 효용성 측면에서 액체연료 ICBM을 압도한다. 액체연료 ICBM은 장시간 연료 주입 과정에서 장비와 인력 동향 등 발사 징후가 위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한미의 ‘킬체인(선제타격)’ 전력에 손쉬운 타깃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또 휘발성이 높은 액체연료의 폭발 위험성도 감수해야 한다.

반면 고체연료 ICBM은 연료와 산화제를 섞은 고체 형태의 연료를 ‘배터리’처럼 장착한 채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어 지하갱도 등에 장시간 대기하다 발사 명령 수십초 만에 쏠 수 있다. 미국의 미니트맨3은 명령 하달 60초 내 발사 완료 체제를 갖추고 있다.사전에 발사 징후 탐지는 물론이고 요격 등 대응도 힘들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핵강국이 핵투발수단으로 고체연료 ICBM을 운용 중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 고체연료 ICBM은 연료와 산화제 탱크, 배관 등이 필요한 액체연료 ICBM보다 구조가 단순해 더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2월 열병식에서 신형 고체연료 ICBM은 9축짜리(양쪽 바퀴 합쳐 18개) TEL에 실려 공개됐다. 11축 짜리 TEL에 실린 ‘괴물 ICBM(화성-17형’)보다 덩치는 작지만 미 본토 타격력을 갖췄음을 위협한 것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새로 개발한 ICBM용 고체엔진으로 신형 IRBM도 제작해 화성-12형을 대체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폭 -다탄두 장착하면 ‘레드라인’ 돌파
북한의 대미 핵무력 완성 차원에서 고체연료 ICBM과 핵소형화는 불가분의 관계다. 북한은 향후 고체연료 ICBM에 수소폭탄을 소형화해 장착하는 한편 다탄두 능력까지 갖출 것으로 한미는 우려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고체연료 엔진을 활용해 ICBM급 사거리의 다탄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개발해 제2격(Second Strike·핵보복) 능력까지 갖추게 되면 북한의 대미 핵위협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게 된다.

다만 북한은 이번 발사를 포함해 그간 ICBM을 모두 고각발사해 핵심 기술인 재진입 능력을 실증하지 못한 것은 한계로 거론된다.

북한은 워싱턴에서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12~13일)와 한미일 안보회의(DTT·14일)의 개최 시기를 도발 타이밍으로 콕 찍었다. 한미와 한미일 3국의 북핵공조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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