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홍 시장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문제 등을 놓고 지도부를 향해 연일 쓴소리를 쏟아내자 결국 칼을 꺼내 든 것.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이나 지자체장으로 활동하는 분은 안 계셨던 게 관례”라며 “그에 맞춰 정상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당 지도부를 두고 당 안팎에서 벌이는 일부 인사의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고 있다”고 했다. 홍 시장은 지난해 10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당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 시장이 김 대표를 겨냥해 연일 비판의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당이 발표하는 정책보다는 ‘지도부 위기론’이 주목받는 등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홍 시장은 극우 성향의 전 목사를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 했다”며 칭송한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해 징계를 거듭 촉구해왔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의 당사자는 징계를 안 하고 나를 징계하느냐”며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한다”고 반발했다. 또 “되지도 않을 사람을 밀어 당 대표 만들어놓더니 뒤통수나 친다”며 “앞으로 총선 승리를 위해 정국 전반에 대해 더 왕성하게 의견 개진을 할 것”이라고 했다.
당초 김 대표는 2011년 홍 시장이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표를 맡았을 때 당 대변인을 맡는 등 홍 시장과 가까운 사이였다. 여권 관계자는 “홍 시장과 김 최고위원은 대선 후보 경선 국면에서 공개 설전을 주고받았을 만큼 불편한 사이”라며 “김 대표가 김 최고위원의 징계에 미온적이자 홍 시장이 김 대표 비판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과 홍 시장은 지난해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도 맞붙었다.
천하람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은 김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연대, 포용, 탕평을 뜻하는 ‘연포탕 정치’를 강조한 것을 두고 “김 대표의 연포탕은 ‘연대 포기탕’인가”라며 “쓴소리하는 사람은 다 쳐내고, 아부하는 사람들하고만 연대하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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