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경비정, 서해NLL 침범…우리軍 경고사격에 퇴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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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 이어 의도적 도발 가능성

북한 경비정이 15일 우리 군의 경고방송에도 백령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가 경고사격을 받고 퇴각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북한 경비정이 서해 NLL을 넘어온 것은 처음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한 북한이 화성-18형 고체연료 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이어 우리 군의 경계태세를 떠보면서 서해 NLL 일대의 긴장 고조를 노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15일 오전 11시경 백령도 동북방 4∼5km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 1척이 서해 NLL을 침범했다. 우리 군의 참수리급 고속정은 NLL로 남하하는 북한 경비정에 10여 차례 경고방송을 했다. 그럼에도 북한 경비정이 NLL을 넘어오자 40mm 기관포 10발로 경고사격을 실시했다. 군 관계자는 “경고사격 직후 북한 경비정은 곧바로 퇴각했다”고 말했다. 군은 중국 어선의 단속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침범했을 가능성과 함께 국지 도발을 노린 의도적 월선의 개연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北, 10차례 경고통신에도 NLL침범… 軍, 기관포 경고사격 내쫓아


‘中어선 단속’ 월선 가능성에 무게
“도발 빌미 쌓으려는 의도일 수도”
軍고속정, 대응과정 中어선 충돌
1명 쇄골 파손 등 장병 3명 부상


우리 군은 15일 10여 차례 경고통신을 무시하고 북한 경비정이 백령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남하하자 즉각 10발의 경고사격을 실시했다.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 대응 과정에서 우리 고속정과 중국 어선이 충돌해 장병 1명이 쇄골이 부러지는 등 3명이 부상을 당했다.

군은 당시 가시거리가 90m에 그쳤다는 점 등을 근거로 북한 경비정이 중국 어선을 쫓는 과정에서 단순 월선했을 가능성에 일단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경고통신에도 NLL을 넘었다는 점에서 중국 어선의 조업 단속을 빌미로 우리 군의 NLL 경계태세를 떠보고, 차후 도발 명분을 쌓으려는 저의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경비정의 서해 NLL 침범은 지난해 3월 기관 고장을 일으킨 북한 선박을 쫓다가 월선한 지 1년 1개월 만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는 처음이다.

● 경고통신 10여 차례 후 기관포 경고사격
16일 합참에 따르면 15일 오전 11시경 북한 경비정 1척이 백령도 동북방 해상에서 NLL로 남하하기 시작했다. 당시 NLL 이남 해역에선 중국 어선 여러 척이 불법 조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 군은 참수리급 고속정(150t급)을 현장으로 출동시켜 국제상선통신망으로 북한 경비정에 10여 차례에 걸쳐 경고통신을 했다. NLL을 넘어오면 절차에 따라 경고사격 등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 경비정은 이를 무시한 채 NLL 이남 약 1마일(약 1.8km)까지 내려왔고, 이에 우리 고속정은 40mm 기관포 10발로 대응 사격을 실시했다. NLL 일대에 포성이 울리면서 급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북한 경비정은 경고사격 직후 NLL을 넘어 퇴각했다. 북한 경비정이 NLL 이남 해역에서 머문 시간은 10분가량이었다고 군은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당시 NLL 해상의 가시거리가 90m가량으로 매우 나빴고, 북한 경비정의 기동 형태로 볼 때 중국 어선 단속을 하다 월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 경비정이 NLL 이남을 향해 곧장 내려오지 않고, 중국 어선을 쫓아서 이리저리 기동한 모습 등을 볼 때 의도적 침범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군은 도발 징후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한반도의 최대 화약고로 불리는 서해 NLL 일대에서 모종의 국지 도발을 준비하는 정황일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기상이 나쁜 시기를 골라서 중국 어선 단속을 하다 NLL을 우발적으로 침범한 것처럼 위장한 뒤 아군 대응을 유도함으로써 추후 도발 빌미를 쌓으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24일 북한 상선(무포호)이 백령도 서북방에서 서해 NLL을 침범했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북상한 직후 북한은 서해 NLL 북쪽 해상완충구역에 방사포 10발을 쏘면서 위협을 가한 바 있다.

합참 관계자는 “서해 NLL 일대에 공중과 해상 전력을 추가 투입해 적의 동향을 주시하는 등 다양한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고속정, 중국 어선과 충돌해 장병 부상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 대응 과정에서 우리 고속정과 중국 어선이 충돌해 일부 장병이 부상을 당했다. 경비정이 NLL 이북으로 퇴각한 뒤인 오전 11시 25분경에 충돌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 고속정 일부가 파손돼 물을 퍼내고 응급조치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가시거리가 짧은 상황에서 긴급하게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고속정과 중국 어선의 접촉이 있었다”며 “두 선박의 안전에 이상은 없고, 장병 3명이 부상을 입고 치료 중”이라고 말했다. 부상 장병 중 1명은 쇄골이 부러져 군 병원으로 후송돼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nll 침범#경고사격#퇴각#icbm#북한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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