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김정은 참배 안 한 태양절, 기념행사도 이례적 축소”

  • 뉴시스
  • 입력 2023년 4월 18일 10시 11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4월15일)에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생략한 가운데 북한 당국이 기념행사도 일부 취소하거나 축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태양절 111주년을 맞아 준비한 행사를 일부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엄동설한이나 깊은 밤도 가리지 않고 진행하던 국가 정치행사가 축소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18일 보도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민족 최대의 명절인 태양절 111주년 기념행사가 대부분 취소, 또는 축소되었다”면서 “4월 15일에 경축행사가 없이 태양절을 맞이하기는 공화국이 창건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은 최대 명절로 통한다. 과거 36년간의 일제 식민지통치 시대를 끝내고 나라를 해방한 민족의 태양, 조선인민의 생명의 은인으로 높이 칭송하는 의미로 북한은 이를 성대히 기념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당국이 경축행사를 대부분 취소하는 등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태양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김일성 태양동상과 모자이크판, 교시판에 하던 헌화는 그대로 진행됐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소식통은 “이번 태양절 행사는 원래 지방별 ‘충성의 노래’ 모임과 지역 주민들이 광장에 모여 분위기를 띄우는 ‘경축 무도회(군중무용)’ 단위별 체육경기, 길거리 가창행진 등이 마련됐지만 모든 행사가 중앙의 지시로 거의 취소됐다”고 알렸다.

이어 “행사가 취소된 것은 비가 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도 “눈이 내리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맹추위 속에도, 깊은 야밤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행하던 국가행사가 취소된 것은 지금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고 의아해했다.

양강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김일성을 민족의 태양으로 기리는 경축행사가 대부분 취소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일부에서는 행사가 취소되고 휴식하게 된 것을 반기는가 하면 일부는 김일성 가문의 3대 세습의 기틀이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이 태양절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는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2011년 집권 후 태양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건 코로나19 대유행이 심각하던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살아있는 현 권력을 띄우기 위해 선대 수령에 대한 찬양분위기를 축소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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