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공개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을 겨냥해 “(대만해협 긴장 고조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를 절대 반대한다”고 밝힌 것을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 정부가 정면 충돌했다.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인 자신의 일이다.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할 수 없다(부용치훼·不容置喙)”라고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러자 한국 외교부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을 했다”며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외교부는 “이날 저녁 장호진 1차관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우리 정상에 대해 무례한 발언을 한 것은 외교적 결례임을 지적하고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한중 정부가 맞붙은 데 이어 한국 정부가 중국 대사까지 초치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윤 대통령의 24일 방미를 앞두고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 러시아와 한국 정부 간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中, 尹 방미앞 고압적 공세… 정부 “선 넘어”
中 “대만문제 말참견 말라” 외국정상에 ‘말참견’ 언급 드물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공격한 것은 한국에 대한 중국의 고압적 태도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2월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박진 외교부 장관의 대만 관련 발언을 비판하며 이 표현을 동원해 논란이 됐지만 외국 정상에게 사용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윤 대통령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가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다.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라고 반박한 것이다.
한국 외교부가 중국 정부의 고압적 공세에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 “국격을 의심케 한다”는 등 전례 없이 강도 높은 표현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도 주목된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중국의 공세에 정면 대응을 피해 왔다. 정부 당국자는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은 선을 넘은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우리) 반응의 수위를 높인 것”이라고 했다. 이번 충돌은 한미 정상회담과 무관치 않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대만 문제에서 한미가 같은 입장이라는 것을 강조했다”며 “이에 미국과 갈등 중인 중국이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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