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을 둘러싼 ‘돈 봉투 의혹’을 해소하고자 조기 귀국을 결정했지만, 송 전 대표에 대한 당내 조치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모양새다. 내부에서는 자진 탈당 또는 강제 출당·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당 자체 조사기구를 설치해 사안을 살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얼마 전 민주당 의원들에게 다음 주 초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날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예정된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귀국길에 오르겠다는 것이다.
이번 송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의원들이 다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이재명 대표가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공식 요청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돌아오는 것인데, 지나치게 안일한 대응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20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안규백 의원이 ‘친분이 있는 의원들이 파리에 직접 가서 함께 귀국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측근들이 당내 분위기를 직접 전해 조기 귀국을 설득하자는 취지다.
당 지도부도 송 전 대표에게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강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서 이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당이 기자회견을 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다”라며 “조기 귀국해서 입장을 밝히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오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송 전 대표의 귀국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많은 토론이 있었다”며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거기에 맞게 대응하자는 걸로 축약할 수 있다”고 전했다.
송 전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자진 탈당을 언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당내에서는 자진 탈당이 아니라면 검찰의 조사가 본격화되기 전 강제 출당해야 한다는 강경파들의 의견도 존재한다.
윤영찬 의원은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송 전 대표가 끝내 입국을 거부한다면 당은 선제적으로 송 전 대표에 대한 출당이나 제명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는 앞서 낸 성명에서 “(조기 귀국을 하지 않는 것은) 본인이 당 대표 시절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에 대해 탈당 권고, 출당 조치를 했던 전례에 비추어서도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정계 은퇴도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강병원 의원은 지난 20일 의원총회 이후 기자들에게 “(송 전 대표가) 안 들어온다면 정치생명은 끝났다고 본다. 들어와도 끝이고, 안 들어와도 끝”이라며 “마지막 정치생명을 당을 위해서 써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계 은퇴 선언까지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답했다. 또 “이래 놓고 더 미련을 가진들 가능하겠나. 그리고 이미 불출마 선언을 했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송 전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에도 ‘돈 봉투 의혹’에 따른 민주당의 위기 상황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수습하기 위한 당 조사기구 설치 요구도 나온다.
이는 오는 28일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 후보자들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더 힘이 실린다.
김두관 의원은 지난 17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당내 전당대회 문제라 진상조사단을 꾸리거나 윤리위원회 심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박범계 의원은 원내대표에 당선되면 이 대표와 상의해 특별조사기구를 설치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전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적어도 현재 녹취록상의 돈 봉투 선거 자체가 송 전 대표를 뽑기 위해서 했던 일들 아니겠나. 송 전 대표는 책임이 있다”며 “법적인 책임은 본인의 소명 여부에 달린 문제이지만 정치적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녹취록상에 등장하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어떤 원칙과 기준으로 처리할 것인지, 그것이 비록 한계가 있더라도 우리 당을 지지하는 국민 여러분들에게 정말로 엄중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조사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다 적극적인 당 차원의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원식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송 전 대표의 기자회견과 귀국만을 기다리는 듯한 지금 당 상황이 너무 한가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것을 갈아엎겠다는 비상한 각오 속에 송 전 대표의 기자회견과 상관없이 신속하게 비상의총을 열어야 한다”며 “지도부의 후속 대책은 전체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전체 총의를 모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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