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미국 정부가 26일(현지시간) 열리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법 사이버 활동을 통해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조달해 온 북한 국적자를 동시에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조치를 취했다.
점차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무력도발을 한목소리로 규탄하면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는 24일 미 정부와 함께 북한 조선광선은행 소속의 ‘심현섭’에게 각각 독자제재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심현섭은 해외에서 신분을 위장해 활동하는 북한의 정보기술(IT) 인력들이 벌어들인 암호화폐를 포함해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불법적으로 세탁하고 해당 인력들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면서 핵·미사일 개발 자금 조달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가 속한 조선광선은행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과 관련돼 있다는 이유로 지난 2009년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의 특별지정제재대상(SDN)으로 지정됐고, 2016년 3월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대상에도 올랐다.
최근 북한은 안보리의 제재를 피해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암호화폐 탈취 등 불법 사이버 활동을 통해 확보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북 ‘사이버 제재’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한미 양국 정부의 제재는 사이버 분야에서 동일 대상을 동시에 제재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와 미국·일본 정부는 작년 12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차원에서 같은 날 대북 독자제재를 발표한 적이 있으나, 당시엔 제재 대상도 서로 달랐고 사이버 제재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정부가 동시에 독자제재를 발표한 건 제재의 효과를 키우는 동시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동맹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올해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의 이번 조치엔 “큰 틀에서 핵·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하는 북한에 공동으로 경고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또 한미가 북한에 대해 (사이버 공간에서도) 같은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 동맹의 공간적 범위와 영역을 사이버 및 우주로까지 넓힌다는 의미도 담았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최근 고체연료 방식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첫 시험발사에 성공한 데 이어, 군사정찰위성 발사도 예고하는 등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한미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작년 회담 당시 선언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을 보다 구체화하면서 특히 그 일환으로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중점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확장억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이 핵위협을 받을 경우 핵우산과 미사일방어체계 등 미 본토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일각에선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를 실효성 제고를 목적으로 미 핵자산 운용에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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