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돈봉투 의혹’ 묻자 “박순자는?”…이틀 연속 반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5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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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돈봉투 의혹엔 침묵
이틀 연속 여당 정치인 사건 꺼내 들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회적경제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2023.4.25. 뉴스1
“박순자 의원 수사는 어떻게 되어갑니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 세례에 갑자기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박순자 전 의원을 소환하며 이같이 되물었다.
이 대표는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사회적경제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뒤 송영길 전 대표 출국금지 조치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박 전 의원 수사에는) 관심이 없으신가 보군요”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송 전 대표와 통화했는지’, ‘만날 계획이 있는지’, ‘당 차원의 조치가 있는지’ 등을 묻는 말에 모두 침묵하다 마지막에 저렇게만 언급하고는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박 전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 안산 지역 시의원 공천권을 빌미로 금품을 수수한 의혹으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 됐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국민의힘 김현아 전 의원을 거론하며 되물었다. 국회에서 마주친 기자들로부터 돈 봉투 의혹 관련 질문이 쏟아지자 “김현아 의원은 어떻게 돼가고 있냐”라고 반문한 것. 김 전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가 이틀 연속 여당 정치인들의 과거 사건을 꺼내든 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겨냥해 ‘부패정당’이라고 강조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맞불을 놓기 위한 일종의 ‘물타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당직자 월례조회에서 민주당을 겨냥해 “요즘 보니 진보가 아니고 얼치기 진보 같다”며 “송영길이라는 전 대표가 저질렀다는 돈봉투 사건을 보편화 관례처럼 생각하면서 ‘그게 뭔 대수냐’는 저런 도덕상실증 걸린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당신네 당(국민의힘)을 돌아보라고 얘기했다는 기사를 보고 참으로 기가 막힌다”며 “우리는 도덕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 지금도 그분들에 비해 저는 우리 당이 훨씬 더 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논점 흐리기 전략에 대해 당 내에서도 부적절한 프레임 전환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비명(비이재명)계인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김 전 의원 수사를 언급한 것에 대해 “남의 잘못으로 나의 잘못을 덮으려는 프레임 전환은 오래된 정치권의 병폐로 정치 불신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라며 “프레임 전환을 시도할 게 아니라 우리의 잘못을 먼저 해소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이 보기에 민주당이 잘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는데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면 민주당에 대한 신뢰도가 과연 살아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를 향해 “혹시 김현아를 걱정하시는 건가요. 본인과 당 문제에나 주력하시죠”라며 “만약 물타기로 저를 고르셨다면 헛다리 짚으셨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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