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발한 모듈형 전술핵탄두 ‘화산-31’이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투발수단별 ‘재구분’이 필요할 것이란 전문가 분석이 제시됐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산-31’의 신뢰성 검증과 대량 생산을 위한 추가 핵실험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26일 ‘북한 핵·미사일 역량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서머셋팰리스 서울에서 열린 세종연구소 주최 제9차 세종국방포럼에 참석, 발제를 통해 “북한의 ‘화산-31’은 억지 표준화, 범위를 너무 넓게 잡은 표준화”라며 이같이 말했다.
‘화산-31’은 북한이 지난달 28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했다며 관영매체 보도를 통해 공개한 핵탄두다.
북한은 이 핵탄두를 600㎜ 초대형 방사포(KN-25)와 수중 핵드론(핵어뢰) ‘해일’, 전략순항미사일 ‘화살-1·2형’, 그리고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단거리탄도미사일 KN-23 등에 탑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위원은 북한의 해당 무기체계에 대해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탄두·탄체 일체형이 대부분”이라며 “유도·조정장치 일부를 개별 투발수단 탄체에 분산해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탄두 특성에 비해 투발수단의 종류·범위가 상당히 넓어 핵탄두에 미치는 환경요인 차이가 상당히 클 것”이라며 “만일 탄도미사일에 적합한 탄두라면 순항미사일·방사포에선 성능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핵탄두 탑재를 위한 개별 투발수단의 개량 수요가 발생하고, 향후 기폭장치의 투발수단별 다변화를 통한 재분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북한은 화산-31의 신뢰성 검증과 대량 생산을 위해 폭발실험을 1회 혹은 복수로 수행할 수 있다”며 “핵융합물질을 첨가한 소형 전술핵의 폭발실험과 이를 적용한 소형 수소탄 폭발실험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이 위원은 “북한이 차기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한다면 이를 적용하는 투발수단을 야포와 로켓, 소형 미사일, 지뢰, 휴대용 핵탄 등으로 더 다변화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위원은 북한의 현재 핵탄두 보유량에 대해선 “핵물질 생산 능력으로만 보면 약 200개에 이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많이 생산할 요인이 없다”며 “많은 전문가들은 30~100개 정도를 투발수단에 결합해 배치한 것으로 추산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포럼의 다른 발제자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경량화 기술은 신뢰성과 고도화만 남아 있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거의 모든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권 전 교수는 북한이 핵탄두 직경은 40~50㎝까지 줄였고, 무게는 200~30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그는 북한의 다탄두 개별 목표 설정 진입체(MIRV) 능력은 아직 부족한 것으로 봤다.
권 전 교수는 북한의 ICBM 재진입체 기술에 대해선 “완전한 기술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전략적 목적에 따라 고공에서 폭발시켜 방대한 지역에 전자기펄스(EMP) 공격을 가할 경우 재진입체 기술은 극복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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