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채택한 ‘워싱턴 선언’은 한미 군사동맹이 ‘핵동맹’으로 올라설 토대를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과 함께 발표된 워싱턴 선언에는 미국 핵우산 정책에 한국의 참여를 보장하는 상설 협의체 한미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 창설이 포함됐다. 미국이 확장억제 기획 및 실행에 동맹국을 참여시키는 것은 사실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이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전략 경쟁 속에 북-중-러가 밀착하는 신(新)냉전 구도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시아 안보 질서에 중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우선 전략핵잠수함(SSBN), 전략폭격기 등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SSBN은 핵탑재 탄도미사일로 무장한 미국의 대표적인 핵전력이다. 1990년 냉전 체제 붕괴 이전인 1980년대를 마지막으로 한반도에 전개된 적이 없다. 북한 핵무기 사용에 핵 보복 대응 준비가 돼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것이다. 미 태평양함대사령부는 이날 오하이오급 SSBN의 괌 기지 입항 모습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경고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 선언의 또 다른 핵심은 한미 NCG 창설이다. 냉전 시대 설립된 나토의 핵기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NPG)을 모델로 했다.
미국은 그동안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통해 한국과 핵우산 정책을 협의했지만 북핵 미사일 위협 등 유사 시 확장억제 작동 정보는 비밀에 부쳐 왔다. 하지만 NCG 창설로 한국이 미국의 핵 대응 계획을 제공받고 핵우산 발동 과정에 의견을 제시할 상시 통로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NCG는 핵 및 전략적 계획에 초점을 맞춘 상설(regular) 양자 협의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NCG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미 훈련과 연합연습, 확장억제 도상 훈련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NCG가 창설돼도 한국이 미국 핵무기 사용 결정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핵무기 사용은 미 대통령 단독 권한”이라며 “한국뿐 아니라 나토 및 모든 동맹국에도 동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윤 대통령이 워싱턴 선언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충실한 이행을 재확인한 가운데 전술핵무기 재배치나 전략자산 주둔 및 순환배치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한미 확장억제 강화와 한미일 협력을 ‘아시아판 나토’라고 비판하는 북한과 중국의 대응 가능성에 대해선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에 대해 중국 양해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워싱턴 선언은 중국에 한미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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