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문제도 대화 테이블에 올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담 모두발언에서부터 “우리의 동맹은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도와주는 데서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부의 인도적 지원을 넘어 무기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두 정상은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무기 지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지를 재확인했다”라고 했고, 윤 대통령도 “국제사회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韓美 “무력 사용은 정당화 될 수 없어”
약 80분 간의 회담이 끝난 뒤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나란히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이 무고한 인명피해를 야기하는 무력 사용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공동 입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러시아가 잔인하게 자유를 짓밟은 데 대해 다시 한번 민주주의에 대한 견해를 같이했다”며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러시아가 지금 공공연하게 국제법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초 회담 전 백악관은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된 발언을 연이어 내놓았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정상회담 하루 전인 25일 브리핑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지원엔 제한이 없다”면서 “우리는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전쟁에서 한국인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도 한국이 다음에 어떤 지원을 할 수 있을지 한미 정상 간 실질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탄약 지원을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는 어떤 추가 지원도 환영한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 및 수출통제를 지지한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비군사적 지원 등에 나선 한국의 조치에 감사한다”고 했다. 또 “한국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탄약 공급 보충을 하는 것과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미 정부가 우리 군 보유 포탄 50여만 발을 대여하는 계약을 맺으며 사실상 간접적으로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지원한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尹 “韓, 국제사회 노력 외면 않을 것”
윤 대통령도 정상회담 전인 25일 공개된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방침을 묻는 말에 “최전선의 상황이 변할 때나 우리가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야 할 때가 된다면 한국이 국제사회의 노력을 외면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19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민간인 대량 학살 등을 전제로 조건부 무기 지원 가능성을 처음 시사한 바 있다. 이후 20일 진행된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선 “우리나라와 교전국 간의 직간접적인 여러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로이터통신 인터뷰가 공개된 직후 러시아가 “전쟁 개입을 뜻한다” 등 거세게 반발하자 윤 대통령이 발언 수위를 조절한 것. 하지만 24일 이뤄진 NBC 인터뷰에선 다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것. 다만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대해 미국의 압력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그런 압력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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