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으로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최고의 예우 속에 워싱턴DC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 담긴 ‘워싱턴 선언’을 끌어냈고 59억달러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윤 대통령은 27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4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보스턴으로 향한다. 윤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 미국 국방부 방문을 비롯해 여러 경제 행사 일정까지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상으로서 2011년 이명박 대통령 이후 12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성사된 이번 국빈 방문에서 미국도 최고의 예우로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국빈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26일 백악관 사우스론 잔디광장에서 진행됐던 공식 환영식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직접 윤 대통령을 맞이했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백악관 참모들도 우리 정상의 방문을 환영했다.
약 30분간 진행된 환영식에서는 예포 21발이 울려 퍼졌고,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기도 했다.
같은 날 저녁에는 바이든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빈 만찬이 진행됐다. 국빈 만찬에는 한국전 참전 용사, 행정부 전·현직 인사, 의회·재계·학계 인사와 문화계 인사 등 200여 명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만찬장은 들소, 흰머리독수리, 장미, 별 등 미국의 상징물과 까치, 호랑이 등 한국적 이미지가 함께 어우러져 꾸며졌고 내부에는 ‘밀양아리랑’이 연주됐다. 또한 한국계 요리사인 에드워드 리를 초청, 한식과 양식의 퓨전 메뉴를 선보이는 세심한 배려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만찬장에서 애창곡인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하기도 했다. 이날 국빈 만찬에서 공연한 뮤지컬 스타들이 앙코르곡으로 윤 대통령의 애창곡인 이 노래를 추가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내빈들의 요청에 흔쾌히 나섰고, 참석자들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맥클린의 친필 사인이 담긴 통기타를 깜작 선물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27일 실시한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도 했다. 윤 대통령은 영어로 44분간 한미동맹의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제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현대 세계사에서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돋움한 유일한 사례인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의 성공 그 자체”라며 “우리의 동맹은 미래를 향해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문을 열어둘 것”이라며 “북한이 하루빨리 도발을 멈추고 올바른 길로 나오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사실상 핵 공유…펜타곤 방문도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워싱턴 선언’에 합의, 북한에 대한 확장억제를 강화했다. 한국에 미국의 전술핵을 배치하지는 않지만 공동 기획(joint planning), 공동 실행(joint execution) 능력을 끌어올렸고, 워싱턴 선언을 추진해 나갈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을 설립하기로 했다. 핵잠수함을 비롯한 미국의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도 더 강화될 전망이다.
북한이 우리나라에 핵 공격을 단행할 시에는 미국이 핵으로 대응하는 방안도 워싱턴 선언에 담겼다. 선언에는 “북한의 한국에 대한 모든 핵 공격은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는 핵을 포함한 미국 역량을 총동원하여 지원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적시됐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실시된 공동 기자회견에서 “핵우산에 기초한 확장 억제와는 많이 다르다. 미국이 핵 자산에 관한 정보와 기획, 대응 실행을 누구와 함께 공유하고 의논한 적이 없다”며 “이건 하나의 새로운 확장억제 방안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강력하다고 자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나 동맹국을 향한 북핵 공격은 용납될 수 없다”며 “그러한 행동을 취하는 어떤 정권이든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 국방(펜타곤)을 방문, 미군 수뇌부로부터 전략적 감시체계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환담한 뒤, 한국 대통령 최초로 미 국방 내 핵심 지휘통제센터인 국가군사지휘센터(NMCC)를 찾기도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외국 대통령 최초로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방문, 기술 혁신에 필요한 창의력과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연구 환경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넷플릭스, 미 첨단 기술 기업 등 59억 달러 투자 유치
윤 대통령은 미국에서도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 바쁘게 움직였다.
미국 도착 직후인 24일 윤 대통령은 테드 서랜도스 CEO 등 넷플릭스 경영진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넷플릭스는 한국에 4년간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투자는 대한민국 콘텐츠 사업과 창작자, 그리고 넷플릭스 모두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넷플릭스의 투자 결정을 환영했다.
이어 25일에는 투자신고식에서 첨단기술 분야의 미국의 6개 기업이 19억달러(약 2조5000억원) 투자를 결정했고, 코닝도 15억달러(약 2조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미국 첨단 기업의 한국 내 투자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여한 기업의 추가적인 투자 계획에 대한 발표도 기대한다고 했다.
◇MIT·하버드 방문해 석학들과 만남…한미 클러스터 라운드테이블
윤 대통령은 28일 보스턴에서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을 방문해 디지털 바이오 분야 석학들과 대화를 갖는다. 윤 대통령은 MIT가 디지털 바이오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된 요인을 살펴볼 예정이다.
또한 윤 대통령은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다. 보스턴은 디지털 바이오, IT(정보통신) 분야의 대학 우수 인재들이 산학 공동 연구와 창업을 활발하게 하는 지역이다. 윤 대통령은 전문가, 기업인, 학계, 투자자, 법률, 경영 전문가들과 함께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윤 대통령은 미국 최고 명문인 하버드대에서 한국 현직 대통령 최초로 연설에 나선다. 윤 대통령은 가짜 뉴스와 거짓 선동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상황에 국제사회의 연대와 법치 실현으로 맞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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