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beat me to the White House. But I beat them to Capitol Hill.”(백악관에는 저보다 BTS가 먼저 갔지만, 여기 미 의회에는 다행스럽게도 제가 먼저 왔습니다.)
2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2층 하원 본회의장. 연보라색 넥타이와 행커치프 차림의 윤석열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이같이 말하자 장내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12년 만에 이뤄진 한국 대통령의 미 상하원 합동연설은 윤 대통령의 또박또박한 영어 연설도 화제가 됐다. 윤 대통령의 지인은 “사람의 발음이 하루아침에 바뀌겠느냐”며 “윤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영미 문화에 긍정적이고 호기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영어 구사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학창시절부터 팝송을 좋아해 미국 싱어송라이터인 돈 맥클레인의 ‘아메리칸 파이’ 가사를 외우기도 한다. 평소 ‘중요한 일을 하고 싶다면 어학을 게을리 하지 말라’는 조언도 한다.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두고 연설 준비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설의 방향과 윤곽을 먼저 구상한 뒤 이를 영어로 표현할 때는 ‘최대한 쉽게 쓰기’를 원칙으로 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합동연설 일정을 그림자처럼 수행한 ‘90년대생’ 김원집 행정관이 물밑에서 이를 도왔다. 윤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등 역대 미국 대통령 연설도 두루 살폈다. 이 가운데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연설을 가장 좋아했다.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사 한 대목이 윤 대통령의 연설문에 들어간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은 연설 도중 고 윌리엄 웨버 대령의 손녀인 데인 웨버 씨를 직접 호명하며 일어나달라고 요청했다. “저 또한 영화 ‘탑건’ ‘매버릭’과 ‘미션 임파서블’을 굉장히 좋아한다”고도 했다. 기립박수 26차례를 포함해 57차례가 넘는 박수와 환호로 이어졌다. 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는 윤 대통령을 둘러싼 미국 의원들의 악수와 사인요청, 기념촬영도 10분 가까이 이어졌다.
당연직 상원 의장으로 현장에서 윤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어진 국빈오찬에서 “윤 대통령의 지도력이 우리 두 나라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며 “독재정치와 침략이 만연한 이 시대에 윤 대통령의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도 “오늘 연설은 한미 동맹을 한층 강화하는 역사적 한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