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워싱턴 선언, ‘사실상 핵공유’ 아니다”… 韓정부 설명과 온도차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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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국빈 방미]
대통령실-백악관 설명에 차이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핵우산)의 실질적 강화를 위해 한미 정상이 26일(현지 시간) 채택한 ‘워싱턴 선언’에 대해 대통령실이 “국민들이 사실상 핵공유로 느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이후 미국 백악관이 “‘사실상의 핵공유’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혀 온도 차를 드러냈다.

핵협의그룹(NCG) 창설,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확대 등 정상회담을 통해 한층 강화된 확장억제 공약이 나왔지만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거나 핵무기 사용 과정을 공유하는 ‘핵공유’와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상회담에서 핵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한국의 비핵화 약속을 재확인한 바이든 행정부가 핵공유 표현 확산으로 인한 비확산 정책 실패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백악관 입장에 대해 “‘사실상 핵공유’는 수사적인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 美 “한반도 핵무기 재배치 아냐”

에드거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 보좌관은 27일 워싱턴 특파원 대상 간담회에서 ‘NCG 창설이 사실상(de facto) 핵 공유라는 평가에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사실상의 핵 공유’라고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워싱턴 선언’에 대해 “한미 양국이 이번에 미국의 핵무기 운용에 대한 정보 공유와 공동 계획 메커니즘을 마련한 만큼 국민들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처럼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NCG를 통해 핵무기 투발이 가능한 미 전략자산 전개를 결정하는 과정에 한국이 참여할 길이 열린 만큼 사실상 핵공유 효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은 “억제의 측면에서 핵공유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로, 핵공유를 보다 ‘광의의 개념’에서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핵공유를 한 것으로 느낄 정도로 확장억제가 강화된다는 의미”라며 “백악관의 반응을 한미 간 이견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미국은 핵공유를 말 그대로 전술핵무기를 미군이 주둔 중인 동맹국에 실제로 배치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케이건 보좌관도 “핵공유에는 분명한 정의가 있다”며 “우리는 한반도에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하고 싶다”고 했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5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6곳 미군기지에 전술핵을 배치한 나토식 핵공유 시스템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나토 회원국에 배치한 전술핵을 해당 국가가 운반할 권한도 주고 있다. 확장억제 전문가인 박철균 전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은 “미국은 전술핵을 배치한 나토 5개국에 유사시 이 전술핵 보관소의 문을 열 수 있는 키를 공유하고 있다”며 “이른바 ‘듀얼키’는 핵공유에서 상징적인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미국 전술핵을 보관하는 시설을 제공하는 동맹국이 동맹국 소유의 이중목적 항공기(Dual Capable Aircraft·DCA)를 이용해 미군 전술핵을 투발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관련 훈련도 공동으로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핵공유는 핵무기 통제와 관련”

케이건 보좌관은 “미국 입장에서 핵공유의 정의는 핵무기 통제에 관한 것이며 워싱턴 선언은 그렇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또 “핵 사용에 대한 유일한 권한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면서 핵버튼을 누르는 권한 자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유 권한임을 분명히 했다.

핵버튼을 동맹국 중 미국만이 누른다는 건 미국이 단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는 원칙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이 나토와 하는 이른바 ‘나토식 핵공유’도 진정한 공유는 아니다. 미국이 핵버튼을 누르는 권한까지 공유하는 진정한 의미의 핵공유를 하는 국가는 없다”며 “그나마 핵 투발 수단인 항공기 등을 동맹국에서 제공하는 것이 넓은 범위의 핵공유인데 한미는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한국#사실상 핵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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