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과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사이에 내년 총선의 공천 이야기가 오갔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등장하면서 여권이 술렁이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사자들이 부인한다”며 파문 확산을 차단하고 나섰지만 당내에서는 “여당 최고위원마저 공천 눈치보기 실태가 드러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연이은 최고위원의 설화에 더해 민감한 공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여권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녹취록의 당사자들은 일제히 “공천 이야기는 나눈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수석은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천 문제는 당에서 하는 것이지 여기에서 하는 게 아니다. 그런 얘기를 전혀 나눈 적이 없다. 제가 누구 공천 줄 위치에 있지 않은 사람”이라고 했다. 태 최고위원도 전날(1일) 녹취록이 보도된 직후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 (녹취록의 내용은)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전날 이 수석이 ‘대통령의 한일 관계 정책을 적극 옹호하면 공천 문제 신경 쓸 필요도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태 최고위원의 발언이 담긴 녹음이 공개됐다.
당 지도부도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태 최고위원) 본인이 분명히 거짓말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대통령실이) 당무개입을 안했다고 하는데 했다고 하면 어떡하느냐”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본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고 있지 않느냐”며 “일단은 본인의 입장을 존중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지도부와 당사자들이 일제히 부인하고 나선 건 자칫 이번 녹취록 문제가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의혹으로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총선 당시 공천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이후 여권에서 ‘공천 개입’은 사실상 금기어로 여겨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비윤(비윤석열) 진영도 이 점을 문제 삼았다. 김웅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녹취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수석은 당무 개입, 공천권 개입이라는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사실이라면, 현역 국회의원에게 용산의 하수인 역할을 하도록 공천으로 협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여당의 ‘용산 눈치보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여당 의원은 “최고위원마저 공천 눈치보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서는 이번 녹취록 파문으로 태 최고위원이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사실 여부를 떠나 (태 최고위원) 본인 발언으로 대통령실을 논란으로 끌어들인 것”이라고 했다. 당 윤리위원회는 8일 태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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