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내 악재 극복을 위해 나서고 있다.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을 흡수하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여야 모두 쇄신작업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은 각종 설화로 논란이 된 김재원, 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김기현 대표가 지도부 리스크를 털고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 윤리위원회는 1일 회의를 열고 두 최고위원의 징계에 대해 논의했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뒤 “2차 회의에서 당사자의 소명을 듣고 징계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기 위한 자체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당 윤리위는 8일 2차 회의를 열고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전에 두 최고위원의 징계 문제를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김 최고위원은 5·18민주화운동, 우파 천하통일, 제주4·3사건 희생자 추념식 등과 관련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태 최고위원은 ‘Junk(쓰레기) Money(돈) Sex(성), JMS 민주당’ 표현과 제주4·3 관련 발언이 징계 개시 사유로 제시됐다. 또한 윤리위는 3일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의혹 논란을 일으킨 태 최고위원의 녹취록 문제에 대해서도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당 안팎에서는 김 최고위원에 대한 중징계 가능성이 거론된다. 만약 김 최고위원이 1년 이상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으면 국민의힘 소속으로는 내년 총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징계는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4단계로 나뉜다.
김 최고위원은 1일 최고위원회의에 복귀한 뒤 자진 사퇴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윤리위가 태 최고위원에게 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대표가 녹취록 문제와 관련해 징계를 병합해 심사해달라고 요청했고, 윤리위가 이를 수용한 만큼 태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당 지도부가 손절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 안팎에선 국민의힘이 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통해 지도부 리스크를 해소할 경우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중징계를 통해 이 같은 사태가 발생되지 않게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줄 경우 국면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총선을 앞두고 김 대표의 리더십 강화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의원들에게 향후 설화 등으로 논란을 일으킬 경우 공천 등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내려지더라도 당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징계 절차가 설화 논란 발생 후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중징계를 내리더라도 국민에게는 보여주기식 징계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박광온 원내대표 체제가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신임 원내사령탑인 박 원내대표는 자신과 호흡을 맞출 원내지도부에 법조인 출신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을 임명해 눈길을 끌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 원내대표는 원내수석부대표에는 재선의 송기헌 의원을 선임했고, 원내 대변인에는 초선의 김한규 이소영 의원을 선임했다. 친명계 일색이라는 평가를 받는 당 지도부와는 달리 원내대표단의 경우 비명계 의원들이 다수 발탁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변화와 통합’을 내세우며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등과 관련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2일 “담대한 변화와 견고한 통합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대한민국의 긍지를 회복하겠다. 올해 민주당의 목표와 방향은 확장적 통합”이라며 “지지자들만으로 선거에서 이길 수 없고 반사이익만으로도 이길 수 없다. 확장하고 통합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총선은 확장성의 싸움이 될 것이다. 확장성은 유능함에서 나오고 유능함은 정책에서 비롯된다”며 “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거나 유보하고 있는 온건 개혁 성향의 국민까지 모셔 올 수 있는 확장적 통합의 비전을 준비하고 일상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 원내대표가 추진하는 ‘쇄신 의원총회’가 당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3일 “쇄신 의총의 과정은 민주당의 집단지성을 통한 국민이 바라는 쇄신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박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쇄신안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의원들은 의총에서 이른 시일 내에 워크숍 형식의 쇄신 의총을 갖고 쇄신안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번 쇄신 의총에서는 돈봉투 의혹과 관련한 대응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윤관석, 이성만 의원이 3일 자진 탈당을 했지만 당 차원의 선제적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나온다.
조응천 의원은 2일 “강제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지금 포기를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진상조사단을 꾸려 자체 조사를 해야 된다”며 “사법 리스크 때문에 이재명 대표가 지나치게 위축되고 있는 것 아닌가 걱정이 드는데 자신감을 갖고 원칙대로 대응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17일 돈봉투 의혹에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안은 당이 사실을 규명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수사기관에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 쇄신 의총이 ‘요란한 빈 수레’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주요 사안들과 관련해 계파 간 입장 차이가 분출할 경우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고 계파 대립만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의원제 폐지’ 여부가 당내 갈등 요인으로 꼽힌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등은 돈봉투 사태 수습책 일환으로 대의원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고, 비명계는 대의원제를 폐지하거나 비중을 대폭 축소할 경우 당이 강성 지지층에 끌려다니게 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당의 방탄 체제에 변화가 없을 경우 보여주기식 쇄신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한 과반 의석으로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강경 기조가 변화되지 않을 경우 ‘입법 폭주’라는 지적을 계속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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