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岸田文雄)가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하기로 한 가운데,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 가운데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한국인 피해자도 포함돼 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전날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혹독한 환경서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었다”고 밝혔던 기시다 총리가 위령비를 참배하는 것은 강제징용 희생자를 추모하는 성격까지 포함된다는 의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히로시마에서 희생된 분들 가운데 실제로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분이 많이 있다”며 “일본 정부가 (이를) 알고 제안했는지 모르지만, 한일 정상이 공동으로 한인 피해자를 참배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원폭 당시 히로시마제작소 등에서 일하던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이름이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일 정상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고개를 숙이고 위로하고 함께 미래를 준비하게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위령비는 원폭 당시 목숨을 잃은 2만 여 명 한인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시다 총리는 8일 1박 2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윤 대통령과 신뢰 관계를 한층 강화하고 힘을 합쳐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한다”며 “윤 대통령 관저에 초대받아 개인적인 것을 포함해 신뢰 관계를 깊게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한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안보, 산업, 과학기술, 문화, 미래세대 교류 등과 관련해 철저한 후속 조치를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가 한국 독립유공자들이 묻힌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헌화와 분향을 한 데 대해서도 “(양국 관계의) 대단한 발전”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번 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한국인의 마음을 열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이 시작됐다는 것을 보여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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