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이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1박 2일 일정으로 대구·경북(TK) 지역을 방문 중인 이 대표는 이날 오후 1시부터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홍 시장을 만나 약 35분간 면담했다. 두 사람은 덕담이 오가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대구 지역 현안인 달빛고속철도 사업과 간호법, 여야 갈등 등 정치 상황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이 대표가 먼저 “오랜만에 만났다”며 인사를 건네자 홍 시장은 “2015년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가 무상급식 문제로 경남도청을 찾은 적이 있다. 경남도청이 생기고 민주당 대표가 찾은 건 처음인데, 대구시청이 생기고 민주당 대표가 온 것도 처음”이라며 이 대표를 환영했다.
이날 홍 시장은 “윤석열 정권이 대부분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실에 있다”며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도와줘야 나라가 안정된다. 대화와 타협으로 국정을 풀어 나가주면 참 좋겠는데 그게 안 되니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대표는 “동의한다. 원칙과 상식이 잘 관철되면 좋은데 잘 안돼서 문제”라고 답했다.
홍 시장은 또 ‘돈 봉투 사태’를 언급하며 민주당의 대응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에서는 문제 되는 사람들이 즉각 탈당해서 당의 부담을 덜지만, 우리 당은 그러지 않는다. 욕심만 가득 찼다”며 “당이야 어찌 되든 말든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있다. 우리 당이 원래 그렇다”고 비판했다.
협치가 실종된 정치권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우리가 정책을 비판하고 논쟁하는 건 할 수 있는데, 인격을 폄하하면 그때부터 정상적인 논평이 안 된다”며 “DJ(김대중) 시절이나 노무현 대통령 시절엔 여야가 상임위에서 싸워도 끝나면 바로 여의도 포장마차 가서 다 풀었는데 지금 여야 관계에 그런 풍토가 없어졌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이 대표가 “국민의힘 원로이시니 중앙당에도 말씀을 잘 해달라”고 하자 홍 시장은 “(국민의힘) 당 대표가 좀 옹졸해서 말을 잘 안 듣는다. 상임고문 해촉하고 그랬지 않느냐”며 “상임고문에서 해촉된다고 내가 할 말 못할 사람은 아닌데, 그걸 모르는 모양”이라고 했다.
이는 김기현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김 대표는 지난달 13일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한 바 있다. 홍 시장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문제 등을 놓고 지도부를 과하게 공격한 탓으로 해석됐다. 당시 홍 시장은 “문제의 당사자는 징계를 안 하고 나를 징계하느냐”며 “엉뚱한 데 화풀이한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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