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송 前장관 곧 피의자 신분 조사
5년前 “법적 문제 없다” 발언 보도뒤
사실부인 확인서에 서명 강요 혐의
소식통 “당시 강요-불이익 얘기 나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문재인 정부의 첫 국방수장인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사진)과 당시 송 장관 군사보좌관이었던 정해일 예비역 육군 소장, 최현수 당시 국방부 대변인(현 국방정신전력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입건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공수처는 이들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7월 송 장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송 장관 등 3명이 당시 국방부 당국자들에게 “(송 장관이)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사실관계확인서’를 만들어 서명을 강요한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안팎에선 공수처의 이번 수사가 문재인 정부가 해당 문건을 ‘중대 국기 문란 사태’로 규정하고, 당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과정 등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는 데까지 확대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11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공수처는 송 전 장관 등 3명이 2018년 7월 국방부 주요 당국자들의 이름이 적힌 사실관계확인서를 만들어 당사자들에게 서명하게 한 것은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한 방송사는 송 장관이 주요 당국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계엄령 문건 등을 언급하며 “법조계 문의 결과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계획은 문제없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 생각이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가 해당 문건을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실상의 무력진압 실행 계획을 담아 만든 매우 심각한 문건으로 규정하고, 문 대통령이 직접 수사를 지시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송 장관 발언 보도가 나오자 계엄령 검토 문건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됐다.
문재인 정부는 합수단을 꾸려 계엄령 검토 문건의 작성에 관여한 국방부와 기무사 관계자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기무사가 해편(解編)되는 계기가 됐다.
당시 방송사의 보도 직후 송 장관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사실관계확인서를 만들 것을 정 전 보좌관 등에게 지시했고, 최 전 대변인을 통해 간담회에 참석한 당국자들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공수처는 보고 있다. 당시 송 장관은 서명이 담긴 사실관계확인서를 근거로 언론중재위원회에 해당 보도가 허위 보도라며 제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실관계확인서 명단에 포함된 11인 가운데 당시 민병삼 국방부 100기무부대장(당시 육군 대령)은 “송 장관이 그런 발언을 한 게 맞다”며 서명을 거부했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다. 당시 민 대령이 송 장관의 간담회 발언을 메모한 뒤 이를 복기해 기무사에 보고한 ‘간담회 동정’ 문건에도 송 장관의 해당 발언이 담겨 있다.
결국 민 대령의 반발로 사실관계확인서 원본은 폐기됐다. 당시 국방부는 “민 대령의 서명 거부에 따라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폐기한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군 소식통은 “당시 서명을 강요당했다거나 서명을 안 할 경우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말이 지속적으로 나온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동아일보의 질의에 공수처 측은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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