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14일 고위 당정협의회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국민 건강에 부정 영향을 미칠 우려가 심대하다”며 거부권 행사 건의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단독 강행 통과시킨 간호법을 두고 법안의 내용과 절차 모두 부적절했다며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 16일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유력해지자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자기부정과 국민기만을 드러낸 후안무치한 행태”라고 반발했다.
● 당정 “의료체계 붕괴법, 新카스트 제도법”
이날 비공개로 열린 고위당정에서는 “간호법이 그대로 처리되면 의료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타 직역과의 형평성과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으로 통과시킨 의료체계 붕괴법”, “400만 명의 일자리 상실 우려”이라는 성토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정부의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대통령실의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비서관 등 당정 최고위층이 모두 참석한 자리에서다.
당정은 간호사 처우 개선 등을 위한 법·제도 정비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국민을 갈라치는 정치적 입법은 정당한 방식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의료법은 1962년 제정된 이래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 간의 상호 역할과 관계를 규정하고 있다”며 “의료법 체계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없이 간호만 별도 법으로 제정할 경우 의료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당정은 또 “400만여 명에 달하는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 등이 일자리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또 간호사법상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 요건을 ‘고졸’로 제한한 것을 두고 “신(新) 카스트제도”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앞서 간호법의 명칭을 간호사법으로 변경하고 ‘지역사회’ ‘의료기관’ 문구 등을 삭제하는 방안을 갖고 야당과 협상했지만, 민주당이 반대 속에 중재안이 무산됐다. 당정은 간호법이 아니라도 정부 정책으로 간호사에 대한 처우개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착실히 이행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간호사 1명이 환자 5명을 돌보는 수준으로 간호사 수를 늘리는 대책 등이 포함돼 있다.
● 尹 대통령, 16일 거부권 행사 유력
국민의힘과 정부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 건의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법정 시한(19일)을 닷새 앞두고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간호법 재의요구 건을 심의, 의결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사회적 논란이 되는 법안이나 여야 합의가 아닌 일방 처리로 통과한 법안 등을 두고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원칙을 강조해 왔다.
간호법이 국회로 넘어오면 다시 본회의에 상정해 재표결을 거치지만 범야권 의석이 가결 요건인 180석을 넘지 않아 표결 시 양곡관리법처럼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국회에서 오랜 기간 논의돼 절차에 따라 통과된 법률에 반복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고 국민의 뜻을 거부하는 폭거를 계속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처럼 재의결 절차를 밟아 부결되더라도 대여 공세를 펼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반복적인 거부권 행사는 국민 뜻을 거부하는 폭거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적 분노와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먼저 현재의 중재안에 대한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곧장 재의결 투표로 갈 수밖에 없고 간호법은 자동 폐기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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