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국장급 협의끝 일부 합의
韓 “저장탱크-방출설비 시찰 요청”
日 “즉각 결정 어렵다” 미온적 입장
원본 자료 제공 여부도 불투명… 주중 실무급 화상회의서 최종 조율
한국과 일본이 12시간에 걸친 마라톤회의 끝에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한국 정부 전문가 시찰단 방문을 3박 4일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시찰단이 접근할 수 있는 오염수 처리 및 방류 관련 시설 범위나 세부적인 동선, 일본 측의 오염수 처리 관련 원본 자료 제공 여부 등 핵심 사안들은 합의하지 못했다. 양국은 23일경 예상되는 시찰단 방문을 앞두고 이번 주중 실무급 화상회의를 한두 차례 더 열어 최종 조율할 계획이다.
● 日 “내부 검토 필요” 자리 뜨기도
12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한일 국장급 협의는 13일 오전 2시가 돼서야 종료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양국 간 샅바싸움이 치열했다기보다는 우리가 회의 전 막판까지 시찰을 요청할 시설 목록을 보완하면서 일본에 회의 전 전달한 기존 목록보다 대폭 늘어나 일본 측이 이에 대해 현장 상황을 알아보고 내부 협의를 종종 가졌다”고 장시간 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복수의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오염수 저장탱크와 오염수 처리 시설인 다핵종제거설비(ALPS), 오염수를 희석한 뒤 방출하는 설비 등 분야별로 여러 곳을 시찰하고 싶다고 일본에 요청했다. 한국 정부가 그간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일본과 주고받은 서면 자료 속에 등장하는 ALPS 처리 기기와 일부 증설된 시설들까지 모두 둘러보고자 한 것이다.
정부가 도쿄전력이 홍보하는 오염수 안전성 관련 자료 속 시설 참관과 정보까지 모두 제공해 달라고 하자 일본 측은 “허용 가능한 부분은 노력해 보겠다”면서도 “실무회의 자리에서 공개 여부를 즉각 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비쳤다고 한다. 특히 우리가 시찰을 요청한 일부 ALPS에 대해 이 시설들을 관리하는 도쿄전력 관계자가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현재 가동되지 않는다”며 공개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일본 측이 아직 원자력규제위원회(NRA)의 최종 승인을 받지 않았다며 “설비가 사용 승인 과정 중에 있어 한국에 공개해도 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확인해보겠다”는 미온적인 입장도 내놨다고 전했다. 오염수 처리 정책을 관장하는 경제산업성 국장도 회의 중 때때로 ‘본국 또는 현장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며 자리를 떴다가 회의장에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해당 경산성 국장이 ‘일정 문제가 있다’며 회의 중간 자리에서 일어나 현장 접근 범위와 같은 중요한 협의 결과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 “日 협조적”이라지만 원 자료 제공 불투명
대통령실 관계자는 14일 한일 양국간 실무협의와 관련해 “일본이 현재까지 대단히 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3박4일 (현장 시찰) 일정에 대해 어떻게 조를 나눠 무슨 주제로 둘러볼지 개략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협의에 관여한 외교부 관계자도 “일본이 예상보다 상당히 적극적이었고 우호적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이 한국 정부 전문가 시찰단 요구에 얼마나 호응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염수 안전성 검증을 위한 시찰단의 성격과 파견 목적을 둘러싼 한일 간 이견이 대표적이다. 한일이 시찰단 성격에서 분명한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시찰단이 확인할 수 있는 시설 범위도 제약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시찰의 목적이 안전성 검증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던 정부는 일본 측이 “한국 시찰단은 안전성을 평가하거나 검증하지 않는다”고 하자 “검증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하는 것이고 우리는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종합적인 분석을 위해 정보를 확보하는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방사능 핵종 분석 등 일본 측의 원본 자료를 확인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일본이 충분히 제공할지도 알 수 없다. 원자력 안전 전문가들은 일본이 오염수를 희석해 최종 배출 전 상태의 핵종 농도 등을 측정하는 설비가 잘 갖춰져 있는지, 오염수를 배출할 때 측정하는 농도가 전체 오염수를 대표할 수 있도록 물을 섞어 균질하게 이뤄지는 체계가 잡혀 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댓글 0